-신경훈 애경 선임연구원
-향균치약 '프로젝트K' 개발
-출시 100일새 100만개 팔려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치약이 의약외품이란 사실 알고 있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약을 생활용품으로 취급하고, 기능성 대신 가격에 초점을 두고 구매합니다. '2000원에 3개묶음 치약'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죠. 지금껏 치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떨어졌던 건 사실입니다. 그런 소비자들이 최근 치약 고르는 기준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이럴때 뿌듯하죠."
최근 서울 구로동에 위치한 애경 본사에서 만난 신경훈 선임연구원(사진)은 지난 2002년 애경에 입사해 상품의 소재를 연구해온 전문가다. 화장품부터 치약까지, 그의 열정이 깃든 제품이 적지 않다. 10년간 소재 개발에 주력해온 그가 구강세균 잡는 치약 '2080 진지발리스 프로젝트K'를 지난 3월 내놨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080 진지발리스 프로젝트K'는 3개월만에 치약시장의 새강자로 떠올랐다. 이 제품은 지난 3월 출시이후 100일 만에 누적매출 10억원, 누적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했다. 치약으로는 이례적이다. 다른 생활용품 신제품에 비해 약 3배 이상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
"사람들은 '구강 건강'하면 뮤탄스균을 생각합니다. 충치를 유발하는 뮤탄스균을 없애면 입안은 깨끗하다고 보는 거죠. 하지만 우리 입안에는 다양한 균이 생식하고 있습니다. 애경은 잇몸진환의 핵심 원인균인 진지발리스균에 초점을 맞췄죠. 진지발리스 치약은 진지발리스균에 대한 우수한 항균효능을 가진 징코빌로바 추출물을 함유하고 있어 숨어있는 진지발리스균을 억제해 잇몸질환을 예방해줍니다."
치약을 만들기까지는 3년이 꼬박 걸렸다. 그가 3년간 대전연구소에서 서울 애경본사까지 왕복한 거리만 2만㎞가 넘는다. 그만큼 회사나 그에게 있어 이번 제품은 중요했다. 진지발리스 치약을 생산하기까지 어려움도 물론 있었다.
"진지발리스균은 공기와 만나면 바로 죽습니다. 키우기 까다로운 균이었죠. 그래서 이 균은 치과대학과 일부 기관에서만 키울 수 있습니다. 애경도 한 치과대학과 함께 공동으로 실험했는데, 배양이 잘 이뤄지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치약을 개발한 다음에도 난항은 거듭됐다. 양치할때 생성되는 기포의 정도가 문제였다.
"진지발리스 치약은 기포가 기존 범용 치약보다 적습니다. 회사 내부에서도 기포 생성량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죠. 기포가 많이 나야 이를 닦은 것 같다는 고정관념때문입니다. 소비자평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고, 차별화된 제품으로 설득작업에 들어갔죠. 다행히 좋은 결과가 있었습니다."
신 연구원은 진지발리스 치약 개발을 통해 창립기념일날 최우수직원인 'K요원'으로 발탁됐다. 'K요원'은 애경에서 제품개발, 마케팅, 영업, 물류 등의 분야에서 높은 성과를 낸 직원이다.
"진지발리스 치약은 자식이나 다름없는데, 첫발을 잘 내딛어서 다행입니다. 2년 안에 2080을 1000억원 브랜드로 만드는게 목표입니다. 제 꿈이요? 껌만 씹어도 구강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하하)"
임혜선 기자 lhs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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