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남북한 합의로 기업들이 10일 방북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4월 3일 이후 99일간 멈췄던 개성공단의 기계설비가 다시 움직이게 됐다. 기업인들은 완제품과 원부자재 반출보다는 설비점검 인력 위주로 방북단을 편성할 예정이다.
한재권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은 8일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완제품과 원부자재는 이미 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설비 점검ㆍ정비 인력 위주로 방북단을 꾸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 중 70% 이상은 섬유ㆍ의류기업으로, 개성공단에 남아있는 제품들은 봄ㆍ여름 의상이다. 바이어들에게 납품키로 했으나 이미 철이 지나 판로가 막혔고, 의류제품의 특성상 유행에 민감해 내년 봄ㆍ여름 시즌에 판매하기도 애매한 상황. 사실상 '손실처리'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위원장은 "의류는 매년 유행하는 색상과 소재가 바뀌기 때문에 때를 놓치면 판매하기 힘들다"며 "완제품과 원부자재 반입은 현재 기업들에게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기계설비 점검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특히 기계전자 기업들의 경우 남은 장마철 기간에도 부식되지 않고 견뎌낼 수 있도록 두텁게 기름칠을 하고 녹슨 부품 등은 교체할 방침이다. 단 99일간 공단이 폐쇄됐던 만큼 모든 설비가 예전처럼 재가동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개성공단 기업 CEO는 "일단 넘어가서 피해 상황을 봐야 한다"며 "아직 기계설비가 못 쓸 정도로 망가지진 않았겠지만 충분히 정비를 하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방북으로 인해 개성공단 기업들도 일단 한숨 돌렸지만 '발전적 정상화'에 대해 남북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반쪽 방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옥성석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올해 여름 장사를 망친 개성공단 기업들이 다시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바이어들과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며 "정상화뿐만 아니라 안전한 기업활동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있어야 기업들이 다시 개성공단 기업들과 거래할 마음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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