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8일부터 개인금융 업무를 중단하는 HSBC가 이르면 이번 주 구조조정 대상 직원에 대한 명예퇴직 조건을 발표한다. 비정규직 행정담당 직원 외에 개인금융 업무를 맡아온 정규직 직원은 모두 230명이다.
HSBC 측은 주말을 앞둔 5일 오후 돌연 개인금융 업무 중단 소식을 전했다.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과 비판 여론을 고려한 조치였다.
HSBC 관계자는 "793명의 직원 가운데 개인금융 부문에서 근무하는 23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곧 명예퇴직 신청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원의 약 30%에 이르는 인원이 감원 대상이다.
HSBC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명예퇴직의 구체적인 조건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HSBC 관계자는 "종전 금융권의 명예퇴직 사례 등을 참고해 합리적인 수준의 조건이 제시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HSBC는 명예퇴직이 선택사항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다른 퇴로는 없어 보인다.
명예퇴직 신청을 거부하는 직원은 기존 업무와 무관한 임시관리팀으로 발령받아 HSBC의 개인금융 업무가 완전히 종료될 때까지만 근무할 수 있다.
HSBC의 개인금융 중단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준 건 수익성 하락이다. HSBC은행이 한국에서 거둔 순이익은 지난 2009년 3261억원이었지만, 이듬해 2935억 원, 2011년 2135억 원, 지난해 1874억 원으로 해마다 줄었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도 426억원에 그쳐 전년동기보다 177억원 감소했다. 수익의 대부분은 기업금융 부문에서 발생했다.
앞서 HSBC 그룹은 2011년 5월부터 전 세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점검해왔다. 2년여에 걸친 시장 점검을 통해 17개국에서 개인금융 업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이걸 포함해 52개의 사업을 접거나 매각했다.
HSBC 측은 "한국 내 개인금융 업무 중단도 지속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규모를 갖춘 시장에서만 개인금융 업무를 한다는 본사의 방침에 따른 것"이라면서 "11개 지점 중 한 곳만 남기고 10개 지점을 폐쇄한다는 건 한국 본사 외에 모든 지점의 문을 닫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HSBC은행은 그간 지속적으로 소매금융 업무 중단 가능성을 내비쳐왔다. 지난해에는 산업은행에 10개 지점 등 소매부문을 매각하려 접촉했지만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의 공공성에 대한 한국적 정서와 당국의 규제도 외국계 은행의 개인금융 중단 결정에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2년 전 은행 뿐 아니라 증권·보험 업계에까지 불어닥쳤던 구조조정의 한파가 다른 은행으로 확산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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