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수술 후 나타난 환자의 증상이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는 근거가 없는 경우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안과의사 A씨(46)가 렌즈삽입수술 이후 황반원공 및 시력상실에 이른 환자 B씨(25)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에서 A씨의 과실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B씨의 증상이 수술상 과실과 연관돼 있다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이상 의료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는 없다”며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은 사정들로 막연하게 의사의 과실을 추정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결에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도근시가 있는 사람의 경우 망막조직이 약화돼 별다른 외상없이도 황반원공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점, B씨는 렌즈삽입수술 전 고도근시 및 난시가 있었던 점, 전문심리위원 등에 따르면 렌즈삽입수술은 황반부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 수술 동영상을 조사한 신체감정의에 따르면 A씨의 시술과정에 비표준적 행위로 평가만한 부분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A씨는 렌즈삽입수술의 위험성으로 황반원공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한 위자료를 다시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B씨는 2006년 11월 A씨로부터 오른쪽 눈에 렌즈삽입수술을 받은 후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는 등 불편함이 있어 다음해 1월 다시 난시축 교정술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같은 증상이 계속되자 A씨는 황반부 정밀검사를 했고 그 결과 B씨의 눈에서 황반원공이 발견돼 삽입된 렌즈를 제거했다. 이에 B씨는 “수술상의 과실로 인해 황반원공이 생겼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A씨는 “과실이 없다”며 맞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의료상 과실은 인정할 수 없으나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며 A씨에게 2000만원을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으나 2심은 “A씨의 황반원공이 의료상 과실행위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7600만원 배상판결을 내렸다.
황반원공은 안구의 가장 안쪽 신경막인 망막의 중심부에 위치한 황반부의 중심에 망막조직의 부분 또는 전층의 결손으로 인해 구멍이 난 경우를 말하며 중심시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이다.
박나영 기자 boh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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