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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님, 그 칼 아직 갖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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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님, 그 칼 아직 갖고 계신가요? 홍명보 대표팀 감독 [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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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나는 항상 마음속에 칼을 품고 다닌다. 너희들을 해치는 적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 영국단일팀과의 결전을 앞두고 홍명보 감독이 꺼낸 한 마디였다. 그라운드로 나서는 선수들에게 이보다 더 큰 힘을 주는 수장의 말은 없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가슴속 품어둔 그 칼을 다시 꺼내야 할 듯싶다. 조금은 다른 의미로.


요 며칠 축구계가 시끄럽다. 발단은 감독의 인터뷰와 선수의 소셜네트워크(SNS)다. 지난 5월 발표된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명단에서 제외된 기성용(스완지 시티)은 이후 트위터에 "리더는 묵직해야 한다.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을 적으로 만들면 리더 자격이 없다"란 글을 올렸다. 최강희 전 대표팀 감독을 비난한 것 아니냔 논란이 일자 뒤늦게 교회 설교 말씀이라고 해명했다. 최 감독은 3일 인터뷰를 통해 트위터 논란에 대해 불쾌함을 드러냈다. 이후 갑자기 윤석영(퀸즈파크 레인저스)이 도마에 올랐다. 최 감독 인터뷰에 담긴 혈액형 발언을 비꼬다 된서리를 맞았다. 뜨거운 반응에 그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라고 바로 사과했다.

'해명'이 '변명'처럼 보이는 이유는 어렵지 않다. 기성용의 SNS가 처음 주목받은 이유는 위트였다. 정제된 기사나 인터뷰에선 드러날 수 없던 그만의 톡톡 튀는 센스와 유머가 돋보였다. 재치는 주로 말하려는 의도를 넘어 받아들이는 해석까지를 내다볼 때 발휘되는 법. 그간 그가 보여준 능력에 비춰보면 '설교 말씀'이나 'MB 모자 사진' 등은 결코 단순해 보이지 않았다. '기성용이 그 정도도 모르고 올릴 정도는 아니다'란 해석도 무리는 아니었다. 확실히 이번엔 재치가 부족한 듯 했다.


그의 트위터 팔로워 수는 60만 명. 웬만한 포털 사이트 인기 뉴스의 일일 클릭수와 맞먹는다. 여기에 리트윗(재전송)을 더하면 파급력은 더욱 커진다. 그는 3일 자신의 SNS를 모두 폐쇄하고 팬카페에 "인터뷰를 하고 기사가 나가면 백 프로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이 잘 표현되지 못하고 오히려 덧붙여 나가는 경우가 많아 오해를 샀다"라며 트위터를 시작했던 이유를 밝혔다. 그랬다면 더더욱 말과 생각을 정교하게 전달했어야 했다. 더구나 트위터의 글자 제한은 겨우 140자다. 신중함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이는 윤석영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홍명보 감독님, 그 칼 아직 갖고 계신가요? 기성용 [사진=정재훈 기자]


기성용과 윤석영에 대한 믿음에서 이 정도만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무너뜨릴 일이 터졌다. 축구칼럼리스트 김현회 씨는 4일 칼럼을 통해 기성용이 친한 동료 및 팬들과 비밀리에 공유한 SNS 계정을 폭로했다. 김 씨에 따르면 기성용은 이 계정을 통해 지난 1년 6개월 동안 줄곧 최강희 감독을 향한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소집 전부터 갈구더니 이제는 못하기만을 바라겠네' '건들지 말았어야 됐고 다음부턴 그 오만한 모습 보이지 않길 바란다. 그러다 다친다' 등 감독이자 축구계 대선배를 향한 글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의 에이전트는 현재 이 계정이 기성용을 사칭한 이의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계정이 실제 기성용 본인의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기성용은 올림픽대표팀 출신들 사이 흐르는 정서를 대변하는 인물이나 다름없다. 그런 그의 폭로된 비밀계정과, 앞서 제기된 대표팀 내 불화설, 윤석영의 트윗 등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채기란 어렵지 않다.


지난해 말부터 축구관계자들 사이에선 "올림픽대표팀 출신들은 홍 감독만 A대표팀 사령탑에 취임하면 '우리 세상'이 올 거란 식의 태도를 보였다"란 말이 심심치 않게 오갔다. 일종의 선민의식이 엿보였다는 것. 대표팀을 '최강희의 남자들'과 '홍명보의 남자들'로 나눠봤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아가 유럽파가 주축인 올림픽대표팀 출신들이 국내파 위주인 베테랑급 선배들을 보는 시선도 드러난다.


홍명보 감독님, 그 칼 아직 갖고 계신가요? [사진=2012 런던올림픽 당시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라커룸에 붙어 놓았던 종이]


축구는 단체 운동이다. 홍 감독이 취임 일성으로 'One Team, One Spirit, One Goal(하나의 팀, 하나의 정신, 하나의 목표)'를 내세운 것은, 축구의 본질을 꿰뚫는 대목이다. 런던올림픽 당시에도 그는 오륜기 속에 자신감·냉정함과 더불어 희생심·일체감·책임감을 강조했다. 아울러 "선수들의 근면, 성실,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한 한국형 축구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비춰볼 때 한국형 축구의 대척점에 있는 건 자만과 우월감이다. 내가 남보다 낫다고 여기는 이는 부지런할 수도, 헌실할 수도, 힘을 합칠 수도 없다.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은 분명 빛나는 성과였다. 하지만 그것이 10년의 성공을 약속하는 증표는 아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1968 멕시코올림픽 동메달 이후 월드컵 본선 진출까지 30년이 걸렸다. 한국 축구가 꿈꾸는 '원정 월드컵 8강'의 꿈도 20대 초반 선수들의 잠재력만으론 달성 불가능하다. 거기에 자만심이 끼어든다면 더더욱 그렇다.


설령 올림픽대표팀 출신 선수들이 정말 그렇게 느끼지 않더라도, 주변과 대중이 그렇게 느낀다면 그 자체로도 심각한 문제다. 오해라면 그들이 직접 나서 결자해지(結者解之)의 태도를 보여야 한다. 월드컵 본선은 이제 1년 밖에 남지 않았다.


홍 감독은 1년 전 가슴에 품었던 칼을 꺼내들어야 한다. 그는 덧붙여 얘기했다. "나는 너희를 위해 죽을 테니 너희는 팀을 위해 죽어라." 팀을 위해 죽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이는 홍 감독에게 적일뿐이다. 썩은 살은 도려내야 한다. 안 그러면 온 몸이 썩어 들어간다.


출항도 하기 전 삐걱대는 홍명보호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세대 교체'가 아닌 '멘탈 교체'일지도 모른다.




전성호 기자 spree8@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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