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사흘째인 3일(현지시간) 군부가 마침내 개입했다.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대와 정부가 충돌이 격화된 가운데 이집트 군부가 시위대 편에 선 모양새다.
이집트 군은 이날 무르시와 그의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 일부 지도부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를 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집트 공항 당국도 이날 무르시와 무슬림형제단 의장 모함메드 바디에, 부의장카이라트 알 샤테르에 대해 외국으로 출국을 금지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무르시와 무슬림형제단의 최고위 간부 일부는 2011년 시민혁명 기간 교도소에서 탈옥한 혐의 등으로 출국 금지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군부가 제시한 '48시간' 최후통첩 시한이 지난 가운데 무르시가 현재가택 연금 상태에 있다고 알 하야트 TV 채널이 보도했다. 다른 현지 언론은 이집트 군인들이 무르시를 대통령궁에서 카이로 인근의 공군기지로 이송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과 대통령궁 인근에 운집한 수십만명의 반정부 시위대는 환영하고 있다. 카이로 시내 곳곳에서는 축포가 터지고 차량 경적을 울리며 군부의 개입을 환영했다.
반면 무르시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카이로 나스르시티와 카이로대 주변과 주요 국가 시설에는 군 탱크와 병력이 배치됐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 자지라가 보도했다.
이집트 군은 또 이날 카이로 시내 국영방송사를 포위하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무르시의 안보 보좌관 에삼 알 하다드는 "이집트가 군사 쿠데타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집트 군부는 무르시 대통령에게 반정부 시위로 인한 정국 혼란을 해결하지 않을 경우 개입하겠다는 최후 통첩을 했다.
무르시 대통령은 군부의 최후통첩 마감 시간인 이날 오후 자진 사퇴 의사가 없음을 또다시 피력하며 연립정부 구성과 헌법 개정을 제안했다.
하지만 최종 시한이 지나도 무르시가 자진해서 사퇴하지 않자 군부는 무르시를 파면하고 현행 헌법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다른 사회 지도자들과 함께 과도위원회를 꾸려 조기 대선을 치르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입법권을 보유한 슈라위원회를 해산하고 헌법재판소 소장을 수장으로 하는 임시 정부 수립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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