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르포]"당장 빚 갚아야 하는데, 대토라니요?"

시계아이콘02분 12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광명시흥 보금자리 가보니.. "보상 기다리느니 낫다" vs "그린벨트 환원 안돼"


[르포]"당장 빚 갚아야 하는데, 대토라니요?" 3년만에 나온 정상화방안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높다. 능촌지구 인근 도로에 광명·시흥지구 주민공청회 개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AD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취락지구 내 주민들이 3년동안 용도변경도 못하고 건축허가를 못 받고 참고 있었는데 제척된다니 황당하다. 당장 은행 빚 갚아야 하는데 보상으로 대토를 받는다는 말엔 기가 찬다." (노온사동 중개업소 대표)


"제척돼서 아쉬운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 동네는 보금자리 지정됐을 때부터 빼달라고 청와대에 건의하고 서명해서 보내기도 했다. 정말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학온동 인근 주민)

지난 27일 9만4000가구 규모의 광명ㆍ시흥보금자리지구를 6만~7만가구로 축소시키는 방안이 발표된 직후 이곳 일대 주민들의 표정은 명암이 엇갈렸다. 정부는 2010년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된 지 3년 만에 주거 위주에서 자족형 복합도시로 콘셉트를 바꿨다. 공업지역과 물류단지, 벤처밸리를 만들어 주택수요를 창출하겠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취락지역과 군부대 등은 보금자리지구에서 우선해제하고 지구 지정 전의 용도로 환원한다.


우선해제 취락지구에 포함된 일대 공인중개소와 마을 앞 평상에 옹기종기 모인 주민들에게서는 정체됐던 사업이 드디어 물꼬를 튼다는 작은 기대감과 함께 분주한 분위기도 느껴졌다. 주민들의 입장은 상반됐다. 언제 이뤄질지 모를 보상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제척돼서 좋다'는 반응과 '그동안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는데 다시 그린벨트로 환원되는 건 말도 안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3년 넘게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주민들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구체적인 보상계획이 제시되지 않은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땅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서다. 인근 주민은 "여기 사람들은 들어와서 살 사람들이 아니라 자기 땅을 뺏기는 사람들인데 붙잡아 매놓고서는 아무것도 못하게 해놓고 사업이 지연돼 너무 답답해했다"며 "환원 되는게 좋진 않지만 지금처럼 질질 끄는 것보단 낫고 안할거면 그린벨트라도 좋으니까 빨리 해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전했다.


우선해제 취락지구에 포함된 경기도 광명시 학온동 원가학지구와 노온사동 능촌지구 일대 공인중개업소에는 마을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보금자리지구에서 해제된 지역을 표시한 지도와 지적도를 펼쳐놓고 제척 대상에 포함된 곳이 어디까지인지를 비교하고 있었다.


학온동의 한 슈퍼마켓 앞 평상에도 마을 주민들이 둘러앉아 보금자리 사업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노온사동 온신초등학교 앞에는 주민공청회가 열린다는 현수막이 걸려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다.


원가학지구 주민들은 제척된 것을 환영했다. 학온동 인근 상인은 "처음부터 개발을 반대했다"고 운을 뗀 뒤 "여기가 서울이랑 가까워 시내에서도 많이 빠져나와서 창고를 많이 가지고들 있는데 보금자리지구에서 빠졌으니 기대심리도 생겨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단지나 물류단지가 들어설 경우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고 도로가 잘 갖춰져 있어 사업성이 괜찮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능촌지구 인근 한 중개업소 대표는 "여긴 교통이 좋고 서울과도 가까워서 기업이 들어오거나 물류창고, 산업단지가 들어오면 업체들 입장에선 좋을 것이고 주거단지도 마찬가지"라며 "다만 금액이 너무 비싸지 않게 책정돼야 한다"고 전했다.


[르포]"당장 빚 갚아야 하는데, 대토라니요?" 광명·시흥지구 사업정상화방안 발표 이후 광명시흥 보금자리지구에서 제척된 원가학지구 일대.



하지만 부동산 경기침체, LH 재무악화 등으로 3년여를 허송세월하며 기다린 주민들은 이미 많이 지쳐 있었다. 또 지구에서 제외되는 지역에 대한 형평성 문제와 보상에 대한 갈등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노온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에서 만난 주민은 "차라리 보금자리지구에서 빠지면 재산권 행사하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라도 있는데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어서 숨 넘어갈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또 "할거면 빨리하고 아닐거면 탁 풀어줘야 되는데 이런 식으로면 해도 문제고 안해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취락지구를 제외하고 보금자리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노온사동 W공인 대표는 "목광천 일대가 사업지구로 지정돼있는데 마을들을 다 빼버리고 사업을 하면 개발하는 모양이 우스꽝스러워진다"이라며 "마을을 다 빼면 보상비가 줄어 그런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하면 사업 시행이 잘 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지역이 이미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지역이라 다시 환원되는 지역은 드물지만 일부지역은 다시 그린벨트로 환원된다. 이런 토지소유자에게는 택지나 상가를 우선 공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달가워하지 않는 주민들도 있었다.


도고내 지구에 거주한다는 50대 여성은 "군데군데를 해제시켜 놨는데 어디는 빼고 어디는 짓는데 몰아서 좀 깨끗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린벨트도 필요할 때는 그냥 풀 땐 언제고 다시 환원시킨다고 하니 화가 난다"고 전했다. 또 "제척구역에 인센티브 줘봤자 의미없고 그린벨트로 돌아가면 지금이랑 다를 바가 없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그동안 거래가 실종돼 토지거래구역을 빨리 해제해야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노온사 S공인 대표는 "부동산 경기도 나쁜데다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광명시 사람 중엔 땅 살 사람이 없다"며 "이번 계획을 보니 시흥시는 7% 빼고 다 풀었는데 광명시만 꽁꽁 묶어뒀다"고 말했다.


[르포]"당장 빚 갚아야 하는데, 대토라니요?" 사업정상화방안 발표 이전에 나왔던 광명시흥보금자리지구 토지이용계획도가 공인중개업소 벽 한켠에 세워져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