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흥 보금자리 가보니.. "보상 기다리느니 낫다" vs "그린벨트 환원 안돼"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취락지구 내 주민들이 3년동안 용도변경도 못하고 건축허가를 못 받고 참고 있었는데 제척된다니 황당하다. 당장 은행 빚 갚아야 하는데 보상으로 대토를 받는다는 말엔 기가 찬다." (노온사동 중개업소 대표)
"제척돼서 아쉬운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 동네는 보금자리 지정됐을 때부터 빼달라고 청와대에 건의하고 서명해서 보내기도 했다. 정말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학온동 인근 주민)
지난 27일 9만4000가구 규모의 광명ㆍ시흥보금자리지구를 6만~7만가구로 축소시키는 방안이 발표된 직후 이곳 일대 주민들의 표정은 명암이 엇갈렸다. 정부는 2010년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된 지 3년 만에 주거 위주에서 자족형 복합도시로 콘셉트를 바꿨다. 공업지역과 물류단지, 벤처밸리를 만들어 주택수요를 창출하겠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취락지역과 군부대 등은 보금자리지구에서 우선해제하고 지구 지정 전의 용도로 환원한다.
우선해제 취락지구에 포함된 일대 공인중개소와 마을 앞 평상에 옹기종기 모인 주민들에게서는 정체됐던 사업이 드디어 물꼬를 튼다는 작은 기대감과 함께 분주한 분위기도 느껴졌다. 주민들의 입장은 상반됐다. 언제 이뤄질지 모를 보상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제척돼서 좋다'는 반응과 '그동안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는데 다시 그린벨트로 환원되는 건 말도 안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3년 넘게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주민들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구체적인 보상계획이 제시되지 않은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땅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서다. 인근 주민은 "여기 사람들은 들어와서 살 사람들이 아니라 자기 땅을 뺏기는 사람들인데 붙잡아 매놓고서는 아무것도 못하게 해놓고 사업이 지연돼 너무 답답해했다"며 "환원 되는게 좋진 않지만 지금처럼 질질 끄는 것보단 낫고 안할거면 그린벨트라도 좋으니까 빨리 해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전했다.
우선해제 취락지구에 포함된 경기도 광명시 학온동 원가학지구와 노온사동 능촌지구 일대 공인중개업소에는 마을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보금자리지구에서 해제된 지역을 표시한 지도와 지적도를 펼쳐놓고 제척 대상에 포함된 곳이 어디까지인지를 비교하고 있었다.
학온동의 한 슈퍼마켓 앞 평상에도 마을 주민들이 둘러앉아 보금자리 사업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노온사동 온신초등학교 앞에는 주민공청회가 열린다는 현수막이 걸려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다.
원가학지구 주민들은 제척된 것을 환영했다. 학온동 인근 상인은 "처음부터 개발을 반대했다"고 운을 뗀 뒤 "여기가 서울이랑 가까워 시내에서도 많이 빠져나와서 창고를 많이 가지고들 있는데 보금자리지구에서 빠졌으니 기대심리도 생겨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단지나 물류단지가 들어설 경우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고 도로가 잘 갖춰져 있어 사업성이 괜찮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능촌지구 인근 한 중개업소 대표는 "여긴 교통이 좋고 서울과도 가까워서 기업이 들어오거나 물류창고, 산업단지가 들어오면 업체들 입장에선 좋을 것이고 주거단지도 마찬가지"라며 "다만 금액이 너무 비싸지 않게 책정돼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침체, LH 재무악화 등으로 3년여를 허송세월하며 기다린 주민들은 이미 많이 지쳐 있었다. 또 지구에서 제외되는 지역에 대한 형평성 문제와 보상에 대한 갈등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노온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에서 만난 주민은 "차라리 보금자리지구에서 빠지면 재산권 행사하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라도 있는데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어서 숨 넘어갈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또 "할거면 빨리하고 아닐거면 탁 풀어줘야 되는데 이런 식으로면 해도 문제고 안해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취락지구를 제외하고 보금자리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노온사동 W공인 대표는 "목광천 일대가 사업지구로 지정돼있는데 마을들을 다 빼버리고 사업을 하면 개발하는 모양이 우스꽝스러워진다"이라며 "마을을 다 빼면 보상비가 줄어 그런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하면 사업 시행이 잘 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지역이 이미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지역이라 다시 환원되는 지역은 드물지만 일부지역은 다시 그린벨트로 환원된다. 이런 토지소유자에게는 택지나 상가를 우선 공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달가워하지 않는 주민들도 있었다.
도고내 지구에 거주한다는 50대 여성은 "군데군데를 해제시켜 놨는데 어디는 빼고 어디는 짓는데 몰아서 좀 깨끗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린벨트도 필요할 때는 그냥 풀 땐 언제고 다시 환원시킨다고 하니 화가 난다"고 전했다. 또 "제척구역에 인센티브 줘봤자 의미없고 그린벨트로 돌아가면 지금이랑 다를 바가 없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그동안 거래가 실종돼 토지거래구역을 빨리 해제해야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노온사 S공인 대표는 "부동산 경기도 나쁜데다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광명시 사람 중엔 땅 살 사람이 없다"며 "이번 계획을 보니 시흥시는 7% 빼고 다 풀었는데 광명시만 꽁꽁 묶어뒀다"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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