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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속 창조기술을 찾아서]피아노줄 강선이 4만톤 다리를 버티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14초

[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 배경환 기자, 이민찬 기자]"건설업은 여전히 국가 경제를 주도합니다. 하이테크 산업에 종속되는 하류가 아닙니다. '삽질경제'니 '토건족'이니 비하를 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하는 소리에요. 초고층 빌딩과 초대형 교량 등을 살펴보면 이제는 첨단 기술이 융ㆍ복합돼야만 건설이 제대로 구현됩니다."
건설산업이 과거 개발연대를 대표하는 구시대 산업 정도로 평가절하하는 세태에 최삼규 대한건설협회 회장은 이처럼 얘기했다. 박창민 한국주택협회 회장도 한 마디 거든다. "아파트를 건설하면 그 안에 들어가는 첨단 제품이 얼마나 되는지 헤아리기 힘듭니다. 편하게 집안에서 무선 인터넷을 즐기는 것은 기본이 됐죠. 차를 몰고 들어가면 저절로 엘리베이터가 알아서 대기해줄 정도로 이젠 IT기술이 필수적으로 적용되는 분야가 건설산업입니다." 창조경제가 국가적 화두가 된 마당에 건설산업의 창조성을 강조하는 이들이 많다. 모든 신기술들이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국가 기간망과 주택 등에 녹아들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경제신문 창간 25주년을 맞아 어떤 기술들이 녹아들어 있는지 대표적인 현장을 찾아본다.


건설산업은 그동안 국가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어렵게 살던 시절, 토목과 건축 현장에서 땀흘린 노동의 대가로 풍족한 삶의 기반을 만들어왔다. 특히 최근엔 해외건설 수주에 박차를 가하면서 수출 효자업종 노릇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해외건설 수주는 649억달러로 석유제품(562억달러), 반도체(504억달러), 자동차(472억달러) 등을 앞질렀다.

그럼에도 국민의 건설업에 대한 시각은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별장 고위층 성접대 사건 등이 언론을 장식하면서 건설업에 대한 이미지는 비리의 온상쯤으로 굳어져 왔다. 고도의 기술을 가진 토목기술자들이 노가다로 폄훼당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속내를 들여다 보면 건설업만한 하이테크 산업도 흔하지 않다. 4만5000톤 짜리 함체 18개를 이어 해저터널을 만들고 123층 초고층 빌딩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똑바로 올리는 등 대규모 토목ㆍ건축엔 예외 없이 고난도의 공학기술이 숨어있다.

본지가 거가대교 해저 침매터널, 여수 이순신 대교, 잠실 롯데월드타워 등 대표적인 토목ㆍ건축물을 찾았을 때 그 속에 담긴 하이테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니미츠급' 항공모함 10개를 붙여만든 거가대교 해저터널= 지난 12일 거가대교 해저침매터널 구간 한가운데. 타일로 된 벽체에 천정에 달린 환기시스템 등이 남산1호터널의 내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곳은 해저 48m로 세계에서 가장 깊은 해저침매터널이라는 게 특징이다. 침매터널이란 지상에서 만든 터널 모양의 직사각형 함체를 가라앉혀 이어 붙인 터널이다. 총 3.7km 길이로 180m짜리 콘크리트 '함체' 18개가 연결돼 있다. 함선 하나의 무게는 약 4만5000톤, 두 개를 이어붙이면 10만톤 무게에 360m 길이의 규모다. 니미츠급 핵추친 항공모함 크기와 비슷해진다. 함체를 세우면 약 64층 규모의 아파트 높이다.


[건설속 창조기술을 찾아서]피아노줄 강선이 4만톤 다리를 버티다 거가대교 침매터널 공사 당시 모습. 마지막 18번째 함체를 가라앉히기 위해 함체를 띄워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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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은 최저 48m 깊이에 핵항모 절반 무게의 함체를 외해의 높은 파고와 빠른 해류속에서 원하는 위치에 4㎝의 오차로 가라 앉히는 최첨단 기술을 선보였다. 이 공정에서 쓰인 첨단장비가 자체 개발한 함체위치정밀조정장비(EPS)다. GPS 기술을 기본으로 한 고도의 정밀시공 시스템이다.


또 한가지 놀라운 것은 4만5000톤의 함체를 서로 붙이는 데 별도의 접합재를 쓰지 않고 순수히 함체 내외부의 압력차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대우건설 김태수 차장은 "사방이 막힌 함체를 가라앉힌 뒤 접합 부위를 뚫어 연결하면 바깥에서 6000톤 정도의 무게로 함체를 미는 압력이 발생한다"며 "연결부위의 고무가 압력차에 의해 늘어붙어 함체간에 자동 연결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월드타워를 짓는데도 인공위성이 필요한 이유= 지난 12일 롯데월드타워 46층 공사현장. 이 곳엔 크리넥스 티슈통 만한 위성 수신장치(네비게이션)가 설치돼 있다.


롯데건설은 현장에 한 대당 4000만원 가량 하는 수신 장치 5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작은 수신장치는 롯데건설이 123층 월드타워를 건설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


[건설속 창조기술을 찾아서]피아노줄 강선이 4만톤 다리를 버티다 롯데건설이 시공중인 '롯데월드타워' 전경. 12일 현재 46층까지 올라가 있다.


'수직관리시스템'(CWCS)이라고 하는 이 수신 장비는 흔들리는 물체 위해서 위성의 수신 전파를 통해 정확한 위치정보를 잡아내는 데 사용된다. 5대의 수신장비와 최소 4대 이상의 인공위성이 시시각각 위치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층수를 올릴 때마다 건물이 바닥과 수직을 유지하도록 잡아주는 것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롯데월드타워'는 123층에 555m의 높이로 지표면에서 1도만 어긋나도 500m 높이에서는 8.72m의 차이가 발생한다"며 "인공위성을 이용해 123층 꼭대기의 오차를 7cm 이내로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지구 두 바퀴 길이의 강선 이어만든 이순신 대교= 대림산업이 시공한 여수 이순신대교는 주탑간의 거리가 1545m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긴 현수교다. 현수교는 주탑 사이를 주케이블로 연결하고 주 케이블에서 수직으로 늘어뜨린 서브 케이블에 상판을 매다는 방식이다. 주케이블이 하중을 버티는 인장력이 핵심이다.


[건설속 창조기술을 찾아서]피아노줄 강선이 4만톤 다리를 버티다 이순신대교 건설 당시 현장 전경. 주탑과 주탑을 잇는 케이블은 지구 두 바퀴 길이의 수천가닥 강선으로 만들어졌다. 이 케이블은 4만톤의 무게를 버틸 수 있다.


이순신대교 주케이블은 4만톤의 상판을 버티도록 만들어졌다. 겉에서 보면 한가닥 굵은 철근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케이블은 피아노줄 두께의 강선 수천 가닥이 합쳐진 것이다.


대림산업은 국산기술로 만든 가설장비를 처음 사용해 이 케이블을 시공하는 데 성공했다. 이 장비가 강선 네 가닥을 매달고 양쪽 주탑사이를 1600번 왕복하며 하나의 굵은 케이블을 완성한 것이다. 강선 한가닥이 코끼리 한마리 무게인 약 4톤을 버틴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케이블 속 강선을 한줄로 펴면 지구 두 바퀴를 돌 수 있는 길이다.


이 작업은 바다 위에서 펼쳐지며 장력 등을 감안해야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그동안은 일본 장비를 사용했지만 이순신대교는 순수 국산 장비가 사용됐다"고 말했다.




김창익 기자 window@
배경환 기자 khbae@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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