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최강희 호'의 아킬레스건은 불안한 수비다. 감독 부임 이후 치른 12차례 A매치에서 19골을 내줬다. 그 사이 숱한 수비 자원들이 대표팀을 거쳤지만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우즈베키스탄(우즈벡)전은 이런 고민의 실마리를 발견한 경기였다. 모처럼 입지를 다진 포백(4-back) 수비진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앞두고 본격적인 주전경쟁의 서막을 알렸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벡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7차전에서 상대 자책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우세한 흐름에도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지만 포백 수비라인의 안정감을 소득으로 얻었다.
A매치 무실점 경기는 지난해 6월 안방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최종예선 2차전 3-0 승리 이후 1년 만이다. 한국은 친선경기를 포함, 최근 7차례 연속 실점하며 수비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최종예선 6실점 가운데 4골을 빼앗긴 세트피스 대처 능력도 개선되지 않았다. 객관적 전력에서 우위를 점하고도 줄곧 어려운 경기를 펼친 이유다.
최 감독은 우즈벡전을 앞두고 수비진의 조직력을 다잡는데 주력했다. 소집훈련 기간 동안 베스트 멤버의 윤곽을 조기 확정하고 유기적인 플레이를 강조했다.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한 공격진 구상과는 사뭇 달랐다. 김치우, 김영권, 곽태휘, 김창수로 이어진 포백 라인은 꾸준한 대화와 분석을 통해 호흡을 가다듬었다. 대표팀 내 자체 연습경기에서도 실전을 방불케 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선보였다. 주장 곽태휘는 집중력이 흐트러진 동료들을 향해 호통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를 악문 노력은 실전에서 빛을 발휘했다. 이날 경기 전부터 내린 비로 볼 컨트롤과 패스에서 다소 애를 먹었지만 마크맨을 괴롭히는 기본 임무는 잊지 않았다. 미드필드진과도 적절한 간격을 유지하며 협력 수비를 이끌어냈다. 적극적인 공격 가담은 덤. 김영권은 전반 43분 오른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로 상대 자책골을 유도했다. 김치우와 김창수는 꾸준히 오버래핑을 시도하며 체력이 떨어진 상대 측면 수비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최 감독은 "경기의 중요성 때문인지 선수들의 집중력과 정신력이 좋았다"며 "짧은 시간에 수비전술을 극대화하기 어려운데, 2주 동안 훈련을 하며 선수 간 의사소통이 많이 나아졌다"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어 "그동안 세트 피스 훈련을 많이 했는데 결과가 따라주지 않아 안타까웠다"면서 "오랜만에 나온 무실점 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오랜만에 얻은 호평에도 수비진은 동요하지 않았다. 대신 담담한 표정으로 다음 경기에 대한 선전을 다짐하며 자세를 낮췄다. 김치우는 "무실점을 목표로 했는데 원하는 결과를 얻어 만족한다"면서도 "월드컵 본선에 대비해 경쟁력을 갖추는 게 훨씬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창수는 "그동안 수비 불안에 대한 지적이 많아 선수들끼리 분석을 정말 많이 했다"며 "월드컵 출전을 목표로 맡은 포지션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끌어내야한다"라고 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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