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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기·할인경쟁...책장 뒤엎는 출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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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순위 끼워넣기...책값 절반세일, 사은품까지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최근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출판계에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쟁이 사재기, 선인세, 원플러스원 할인 등 제살깎아먹기식 출혈경쟁으로 이어지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근본적으로는 베스트셀러 위주의 책 판매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79개 출판사의 총 매출액은 5조6754억원으로 전년 대비 4% 가량 줄었다. 이 중 단행본 매출이 8.8%로 가장 많이 감소했다. 출판계가 체감하는 정도는 훨씬 심하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지난해가 단군 이래 가장 불황이라고 했는데, 올해 매출은 그보다도 더 떨어졌다"고 말했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된 문제는 '사재기'다. '사재기'는 출판계의 해묵은 관행처럼 공공연하게 진행됐던 일이지만 지난 달 황석영 작가가 자신의 소설 '여울물 소리'를 출판사 '자음과모음'에서 사재기를 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이슈가 됐다. 기자회견 당시 황 씨는 "하루에 50~60권 나가던 책이 화요일과 수요일이면 400~500권씩 나갔다. 그 다음 주도 마찬가지였는데, 알고 봤더니 베스트셀러가 집계되는 목요일을 앞두고 출판사를 사재기했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이후 출판사는 대표가 사퇴하고, 온라인 사이트 및 트위터 계정 등을 닫아놓은 상태다.


출판계는 이번 '사재기' 파문을 두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이참에 베스트셀러 위주의 유통 및 판매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경기가 워낙 어렵다 보니 베스트셀러 순위에 있는 책들만 판매가 되고 그렇지 못한 책들은 거의 사장되다시피 한다"며 "사재기를 해서 순위가 올라가게 하려면 기본적으로 몇천 부 이상은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자본이 있는 출판사가 아니고서는 사재기를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출판사 관계자는 "예전부터 사재기 없이 공정하게 거래하자는 목소리가 있었는데, 경기가 좋지 않으니 이마저도 묻혔다"고 설명했다.

베스트셀러 작가를 모시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최근에는 일본 인기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 '색채가 없는 다사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제)를 둘러싸고 문학동네, 김영사, 웅진씽크빅, 문학사상사 등 대형 출판사들이 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선인세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결국 하루키의 신간은 다음 달 초 민음사에서 출간되는데, 일각에서는 선인세가 16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이런 과열경쟁이 결국 해외 저작권료만 일제히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독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할인경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 영화로도 개봉한 미국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예로 들면, 민음사에서는 기존 책의 절반 가격인 3900원으로 가격을 낮췄고, 문학동네도 40% 할인된 4000원대에 판매한다. 미니북, 원서, 노트 등의 사은품도 덤으로 준다. 열림원에서도 50% 깎은 5000원대에 책을 판매한다. 이 같은 판촉으로 '위대한 개츠비'는 각종 문고 베스트셀러 10위권에 다른 판권의 책 2,3권이 나란히 오르는 기현상까지 빚었다. 이렇게 해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야 '본전치기'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진호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 사무국장은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것은 책을 읽는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인데, 지나치게 쏠림 현상이 있다"며 "그냥 1~3위로 순위를 정할 게 아니라 베스트셀러 20종, 30종 이런 식으로 구분해놓으면 순위를 더 올리기 위한 사재기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종필 일상과이상 출판사 편집인은 "출판계 내부에서는 순위집계를 없애자는 목소리도 있지만 독자들이 순위만 보고 읽을 책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양한 책이 소개되고 알려질 수 있는 통로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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