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따르릉~', 현관문에 달린 종소리가 울리자 컵라면을 먹고 있던 서초2동 M공인중개사사무소 김모 실장은 얼른 입을 닦고 문쪽을 내다봤다.
"왜 컵라면을 먹는줄 아세요? 오늘도 바쁘기는 엄청 바빴어요. 그런데 다 전월세 소개하느라 그런거에요. 수십년째 여기서 일을 했는데 지금처럼 심리가 꺾인적이 없었습니다. 예전에는 한달에 매매 등기를 30~40개씩 했어요. DJ시절에요. 전화는 하루에 500통 이상 왔습니다. 말 그대로 빗발친거죠. 지금은 중개업자들이 다 망했어요. 옛날이 좋았어요. 그때가 경제를 아시는 분들이 있었던 것 같고…."
4·1 부동산 대책이 나온지 두 달. 현장에서는 벌써 '올스톱'이라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4·1대책 직후까지는 기대심리가 반짝 살아나면서 일부 급매물들이 움직이기도 했다. 하지만 채 두 달도 못가 약발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현장관계자들은 부동산 정책이 한시적이라는 점, 손질되는 과정에서 세제 혜택 등의 폭이 축소된 점 등으로 인해 실망감을 줬다고 입을 모았다.
M공인 관계자는 "정말 반짝했다. 3월부터 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해서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됐다. 그런데 6월 취득세 만료 시한이 다가오니까 다시 심리가 죽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면제가 돼야 하는데 대책과 달리 시행이 안 되고 있다. DTI 완화도 늦어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오름세가 다 꺾였고, 약보합세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거래를 20년을 했는데 대책이 크게 잘못됐다. 각종 세금감면 혜택을 주면서 1가구 1주택이라는 제한을 둔 것이 문제였다. 보금자리에 이어 행복주택도 잘못됐다. 결정적이라고 본다. 악재가 계속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의 차이가 너무 벌어져 흥정을 붙일 수가 없다"고 했다.
4·1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의 반짝 효과가 있었던 것은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좀 더 장기적으로 근본적인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는 관계자들의 평가다.
개포동 I부동산 관계자는 "대책 발표로 반짝 효과가 있었다. 대책이 나온다고 하니까 좋은 대책이 나올까 싶어서 호가가 상승이 됐고 실질적으로 주공 1단지를 기점으로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는 거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 집값은 다시 내렸고, 추격매수가 따라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경기가 안 좋다는 게 근본적인 이유지만 4·1대책이 '죽어가는 시장'을 살리기에는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좀 더 세련되고 정교한 대책 마련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 관계자는 "집 있다고 다 세금을 매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 강남에서 전세 5억~10억원짜리 집에 사는 사람들보다 용인에서 1억~2억원짜리 집 가진 사람들이 세금이나 의료보험이 더 많다. 요즘은 모든게 전산화 돼 있고 그런 부분들을 공무원들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해결할 수 있는데, 집있으니 무조건 세금내라 이것은 행정편의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근의 H부동산 관계자는 "한시적으로 나오는 대책이 6개월인지 1년인지 우리도 헷갈리는데 손님들은 오죽하겠냐"며 "13억원 매매가 전세가 8억~9억원 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이유"라고 지적했다.
5년간 20만가구 공급을 약속한 행복주택으로 인해 부동산시장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J부동산 관계자는 "MB시절 보금자리가 공급되면서 기존의 주택은 안사려고 했다. 앞으로 행복주택을 하면 좋은 지역에 임대주택이 계속 공급이 될텐데 젊은 사람들이 집을 안사려고 할 것이다. 하반기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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