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유럽 각국의 축구리그가 9개월간의 열전을 대부분 마쳤다. 잉글랜드, 독일 등 주요 무대에서 활약하는 '코리안리거'들은 경쟁에서 잠시 벗어나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다. 이들의 활약상은 리그에 따라 크게 명암이 엇갈렸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주름잡은 독일 분데스리가 소속 한국인 선수들의 선전이 돋보인 반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라리가에선 아쉬운 소식이 주를 이뤘다.
▲손흥민·지동원·구자철, 독일 무대 3인방의 높아진 위상
올 시즌 유럽파의 활약은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빛났다. 중심에는 손흥민(함부르크)이 있었다. 정규리그 33경기에 출전해 12골 2도움으로 맹활약했다. 데뷔 첫 해인 2010-11시즌 3골과 이듬해 5골을 한꺼번에 뛰어넘은 성과다. 팀 내 최다득점은 물론 리그 전체에서도 9위에 해당한다. 지난달 13일 29라운드 마인츠와 원정경기에서는 시즌 10·11호 멀티 골을 터뜨리며, 역대 해외파 가운데 최연소로 한 시즌 두 자릿수 득점까지 달성했다. 분데스리가에서 10골 이상을 넣은 건 1985-86시즌 차범근(17골) 이후 무려 27년 만이다. 덕분에 지난 시즌 간신히 1부 리그에 잔류했던 함부르크는 14승6무14패(승점 48)로 7위에 올랐다.
아우크스부르크의 1부 리그 잔류를 이끈 '지구 특공대' 지동원과 구자철도 잊지 못할 시즌을 보냈다. 지동원은 겨울 이적 시장에서 선덜랜드를 떠나 단기임대로 팀에 합류한 뒤 17경기 연속 선발 출장하며 입지를 굳혔다. 이적 이후 5골을 몰아치며 해결사 역할까지 맡았다. 지난해 '임대생 신화'를 썼던 구자철은 발목과 옆구리 부상으로 공백기를 가졌지만 3골 2도움으로 제 몫을 소화했다. 덕분에 전반기 단 1승에 그쳤던 아우크스부르크는 후반기에만 7승을 챙기며 2년 연속 강등경쟁에서 살아남았다.
연이은 선전에 코리안리거를 향한 빅 리그의 관심도 한층 높아졌다. 손흥민은 도르트문트(독일)를 비롯해 토트넘·아스널(이상 잉글랜드), 인터밀란(이탈리아) 등 다수 명문 구단들의 영입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지동원과 구자철 역시 원 소속팀 선덜랜드와 볼프스부르크로부터 복귀 의사를 전달받은 가운데 타 구단의 적극적인 러브콜로 행복한 고민을 앞두고 있다.
▲암초에 부딪힌 프리미어리거
분데스리가와 달리 한국 선수들의 터전이었던 프리미어리그에선 한국인 선수들의 고전이 두드러졌다. 특히 구심점 박지성은 유난히 혹독했던 한 시즌을 보내야했다. 지난해 여름 퀸스파크 레인저스(QPR)로 이적하며 야심찬 도전을 선택했던 그는 성적부진과 감독 교체, 부상 악몽 등 거듭된 내홍에 시달렸다. 시즌 중반 부임한 해리 레드냅 감독의 신임을 얻지 못하고 주장 완장까지 내려놓았다. 결국 정규리그 19경기 3도움의 초라한 성적에 2부 리그 강등이란 수모를 경험했다. 현지 언론으로부터 "올 시즌 QPR의 잘못된 영입 선수 가운데 한 명"이란 혹평까지 받은 가운데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와 호주, 프랑스 리그 이적설이 나오고 있다. 박지성을 따라 겨울 이적 시장에서 QPR에 입단한 윤석영은 데뷔전도 치르지 못한 채 시즌을 마감했다.
암울한 분위기 속에 스완지시티의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기성용의 활약은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둥지를 옮긴 그는 지난 1월 캐피털원컵(리그컵) 우승으로 프리미어리거의 체면을 살렸다. 반면 정규리그 29경기에서 득점 없이 3도움에 그친 점은 아쉽다. 2005-06시즌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 이후 계속된 한국인 선수 득점 행진도 7시즌 만에 막을 내렸다.
▲사면초가 박주영, 향후 거취마저 불안
유일하게 스페인 리그를 누볐던 박주영(셀타비고)은 거듭된 부진에 시달리며 다음 시즌 거취마저 불안해졌다. 원 소속팀 아스널의 주전 경쟁에서 밀려 임대 신분으로 둥지를 옮겼지만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다. 정규리그 21경기 3골에 그쳤다. 해결사 역할을 기대했던 현지 언론에서도 "박주영의 영입은 최악의 실패작"이라며 연일 혹평을 쏟아냈다. 최근에는 4경기 연속 출전명단에서 제외되며 사실상 전력 외 선수로 분류됐다. 올 시즌을 끝으로 셀타비고와 임대계약 만료를 앞둔 그는 최근 아스널의 방출 명단에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였다.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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