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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5월 남도의 결혼식에서

시계아이콘01분 05초 소요

지난 주말 전주에서 지켜본 어느 결혼식의 풍경은 내내 긴 여운을 남겼다. 화사한 봄날, 남도의 정취에다 젊은이들의 연분이 한데 어우러져 자아낸 아름다운 정경이었다.


이 화사한 기운의 발원지는 역시 더없이 고운 신부였다. 듣자 하니 신부는 직장의 상사로부터 "이미 충분히 예쁘니 더 이상 예뻐지면 안 된다"는 엄한 당부를 들었지만 이를 어기고 너무도 눈부신 자태를 보여 신랑과 하객의 눈을 멀게 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날의 결혼식을 더욱 아름답게 해 준 건 사람들의 마음과 정성이었다. 특히 신랑 신부를 진심으로 아끼는 친구들의 우정은 여느 결혼식과는 다른 창의적인 형식으로 유쾌하고 흥겨운 잔치를 만들어줬는데, 역시 '창조성'이란 그 대상이 사물이든 사람이든 그에 대한 깊은 애정과 진정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보여줬다.


신선한 것을 넘어 도발적인 순간은 신랑 친구가 축가를 부를 때였는데 그가 선곡한 곡은 뜬금없게도 '화개장터'라는 곡이었다. 감미로운 세레나데를 부르게 마련인 결혼식에서 경상도와 전라도가 만나는 화개장터의 풍경을 얘기하는 노래라니, 하객들 사이에서는 이 파격적인 선곡에 폭소를 보내는 한편 짓궂다는 생각도 했던 듯하다. 그러나 실은 짓궂은 장난이 아니라 영남과 호남 출신이 반려로 만난 '쉽지 않은' 인연에 대한 축하와 걱정이 함께 묻어 있는 노래였으니, 나는 그제서야 신부가 부산 출신임이 생각났다.

'아랫마을 하동 사람 윗마을 구례 사람/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흥에 맞췄는데, 난 그 순간 뭔가 뭉클함이 치밀었다. 이렇게 우리는 본디 서로 화합하고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사이좋게 살고 싶은 마음인 것을.


신부와 신랑의 만남이 음과 양으로 서로에게 끌린 것이듯, 출신과 말투가 다른 이들이 서로 섞이고 어울릴 때 그 만남이야말로 참으로 보기에 좋은 것이라는 것, 사람들이 그 순수한 교감을 나눈 그 순간이야말로 이날의 예기치 않은 선물이었다. 이 자리에 초대받은 이들은 스스로 준비해온 예물보다 더 큰 축복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 순간 또 뭔가 비애가 올라오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선남선녀의 새 인연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왜 우리는 이렇듯 복잡한 생각을 해야 하는가. 5월의 남도의 결혼식은 아름다우면서도 착잡했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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