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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천수 "나를 키운건 자신감 아닌 열등감"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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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천수 "나를 키운건 자신감 아닌 열등감"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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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이천수는 가장 쉬운 인터뷰이(interviewee)다. 어렵고 곤란한 질문에도 망설임 없이 말을 이어간다. 그래서 가장 어려운 인터뷰이이기도 하다. 가감 없는 언변을 옮기려다 자칫 본의를 왜곡하기 쉽다. 나올만한 내용도 이미 다 나왔다. 인터뷰 일정을 잡기 전부터 끝없는 고민에 사로 잡혔다.

결국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이천수는 왜 그리 당당할까. 무엇 때문에 그리도 자신감이 넘칠까. 그런데 왜 그것 때문에 오히려 스스로 힘들어할까. 솔직한 속내를 묻고 싶었다. 일종의 '힐링캠프'다. 물론 이천수는 이번에도 시원하게 속내를 털어줬고, 의외의 말까지도 꺼냈다. 역시나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인터뷰였다.


[피플+]이천수 "나를 키운건 자신감 아닌 열등감"①

별명 얘기부터 해보자. 참 별명 많은 축구선수 중 하나다. 기억나는 게 있나.
아, 물론이다. 다 기억난다. 처음 별명은 '밀레니엄'이었다. 골 넣고 활약이 좋을 땐 '밀레니엄 특급'(웃음). 2000년에 성인 무대 입문했는데, 당시 시대 분위기랑 맞아 떨어지면서 그렇게 불렸다. 첫 팬클럽 이름은 '지니어스'(천재)였고. 그 이후엔 아시아의 다람쥐, 미꾸라지... 그러다 구설수에 오르면서 풍운아, 악동, 깡패...(웃음).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별명이 있다는 건 축구선수로서 성공한 것 같다. 그런 관심조차 없이 은퇴하는 선수도 많지 않나. 또 나 겪은 과거를 겪은 대다수는 더 이상 축구를 못 했을 거다. 그렇게 보면 난 정말 행운아다. 풍운아가 아닌 행운아. 내가 직접 내 별명을 지을 기회가 생긴다면 행운아로 짓고 싶다(웃음).


개인적으로 이천수의 가장 흥미로운 별명은 '혀컴'인 것 같다. 애증이 섞여 있지 않나. 베컴에 비교할 정도로 기량은 인정하지만, 지나치게 당돌해 보이는 모습은 싫어하는.
정말 그렇다. 난 항상 나보다 잘하는 선수를 우상으로 삼아왔다. 그게 어린 선수가 꼭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다. 20대 초반엔 베컴이었다. 물론 따라갈 수도 없고 비교도 안 되지만 헤어스타일과 패션부터, 심지어 사생활까지 따라했다. 프리킥도 베컴만큼 잘 차고 싶어 정말 열심히 연습했고. 그래서 더 당돌해보인걸까. 사실 이천수는 자신감 빼면 아무것도 없다. 내 신체조건이나 기량은 2군에 있는 어린선수들과 별 다를 거 없다. 종이 한 장 차이다. 다만 조금 더 자신 있고 당당하게 뛸 뿐이다.


그럼 조금 일찍 돌직구를 날려보겠다. 20대의 이천수를 이끌었던 건 자신감이었나, 자만이었나. 혹은 다른 무엇이었나.
(골똘히 생각하다)자신감이었던 것 같다.


질문을 한 이유가 있다. 몇 년 전 한 인터뷰에서 '당차다, 건방지다'란 말을 들었을 때 '사실 난 내가 부족한 걸 안다. 다만 지기 싫고 부끄러운 마음에 그런 티를 안 내려고 더 당당히 말하려고 한다'라고 했더라. 그건 자신감이 아니라 오히려 열등감 아닌가?


맞다. 정말 맞다. 사실...(조심스런 말투로) 난 굉장히 소심하다. 혈액형도 A형이다(웃음). 이렇게 말하면 듣지도 않고 믿지도 않지만. 어렸을 때부터 '천재'라 불렸다. 천재? 절대 아니다.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몸 상태 끌어올리고 적응하는 기간이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메시나 마라도나 같은 천재라면, 왜 이런 기간이 있겠나. 천재가 아닌 거다. 사실 난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축구 선수다. 훈련 끝나고도 부족하다 느끼면 추가 운동 꼭 채워야 하고, 체중이 1㎏만 늘어도 민감해진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철저히 운동하고, 상대를 분석하고, 준비했다.


그러면서도 밖에선 '골 넣고 싶다. 이기고 싶다'라고 말했다. 지고 싶지 않아서. 내가 좋은 축구 선수가 아닌 것처럼 보일까봐. 그런 모습이 오히려 건방지게 보였을 것이다. 확실한 건 내가 당당하게 자신감을 내비쳤을 때는, 스스로 누구보다 노력했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난 운동장은 신성한 곳이라 항상 생각한다. 튀고 싶은 마음도 없다. 축구는 단체 운동이기 때문에 혼자 돋보여선 이길 수가 없다. 팬분들도 나란 사람을 그렇게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피플+]이천수 "나를 키운건 자신감 아닌 열등감"①


그럼 스페인·네덜란드 진출을 다소 서둘렀던 것도 열등감의 맥락인 것 같다. 박지성·이영표·설기현 등이 유럽에서 맹활약하던 시기였고, 그래서 더 조급함도 느꼈을 테니.
엄청 크다. 상황 판단도 지금만큼 명민하지 못했던 시기였다. 난 동료들과 말도 많이 하고 편하게 지내야 운동도 잘 되는 편이다. 당연히 외국 생활 적응에 문제가 많았다. 유럽에서 부진했던 원인도 거기 있었다. 그래서 사실 비교적 언어와 문화가 비슷한 일본을 거친 뒤 유럽에 가고 싶었다. 조급한 마음에 준비가 덜 된 채 유럽에 갔다. 주변의 부추김에 휩쓸리기도 했고. 많이 후회하는 부분이다.


결국 이천수의 '악동' 캐릭터가 지나치게 부각된 걸까.
믿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밖에서 실수하는 스타일도, 먼저 다가가는 성격도 아니다. 워낙 소심해서(웃음). 기존 이미지가 그렇다보니 처음 보는 사람도 벌써 그렇게 파악하고, 거리감을 둔다. 그런 점이 참 아쉽다. 솔직히 말해...(잠시 망설이다) 지금 가장 힘든 건, 축구장 안보다 밖이 더 신경 쓰인다는 거다. 내 플레이를 못하겠다. 그렇게 경기에 나간 적이 없다. 돈을 주고 우리를 보러 경기장에 오신 관중들 아닌가. 그럼 그 앞에선 정말 전투적으로, 필요할 땐 항의도 하며 타이트하게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랬다간 '역시나 또 옛날 버릇 튀어나오네'란 말 듣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런 말은 정말 듣기 싫고... 그래서 힘들다.


[피플+]이천수 "나를 키운건 자신감 아닌 열등감"①


그 얘기를 묻고 싶었다. 요즘 플레이는 전성기 때 이천수와는 조금 다르다. 찰나에 주저하는 모습도 보이고.
자신감이 100%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경기장에 나설 때 주변 시선에서 자유롭지가 못하다. 어느 순간 멈칫한다. 누가 봐도 슈팅하거나 드리블 타이밍인데 패스하고 크로스 올릴 생각부터 하게 된다. 항의나 거친 플레이는 꿈도 못 꾸고. 군인이 이기겠다는 마음만 먹고 전투에 나가도 이길까 말까인데, 지금 나는 죽을까봐 두려워하며 나가는 군인인 셈이다.


그래도 100%의 이천수로 돌아오려면 극복해야 할 문제다.
몸 상태는 많이 올라왔다. 이제 예전같이 운동장에서 강인한 정신력과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결국 축구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 멘탈이 안 바뀔 땐 반복 훈련 밖에 없다. 정식 훈련 끝난 뒤에도 '나머지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울산·수원·전남 등 옛 소속팀과의 경기를 일찌감치 치른 것도 다행이다. 특히 팬 여러분께 인사드리고 격려 받으면서 마음의 짐을 한결 덜었다. 어려운 일을 마쳤으니 멘탈도 곧 돌아오지 않겠나. 곧 있으면 하늘에서 복덩이(아이)도 내려오고. 아, 그 생각하니 또 행복하다. (웃음)


그렇다면 이천수란 사람을 어떻게 소개하고 싶나.
나는...(한참 고심 끝에) 평범한 사람이다. 일상도 그렇고, 성격도 톡톡 튀지 않는다. 다만 그렇게 보였다면, 그건 축구를 잘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던 행동일거다. 열등감 때문이다. 내 소심한 성격이나 선수로서 가진 단점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였을 뿐. 평범하고도 평범한 사람이다.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좋게 좀 봐주세요(웃음).


②편에서 계속...




전성호 기자 spree8@
정재훈 사진기자 roz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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