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1년 넘도록 단 한건의 신청도 없어…활성화 어려운 것 알면서도 홍보는 계속 '빛 좋은 개살구'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도입한 권익보호신청제도가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익보호 신청제도란 금융회사나 그 임직원들이 금감원 검사를 받을 때 권익을 침해받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이를 시정 요구할 수 있게 만든 제도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권익보호신청제도는 도입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단 한건도 신청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의 검사과정에서 위법 또는 부당한 검사가 진행되거나 절차상 중요한 문제점이 발생할 경우 금융사 임직원들이 권익보호를 신청할 수 있게 만들었지만 이를 실제로 활용하는 금융기관 임직원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사를 그만 둘 생각을 하지 않고서야 감히 금감원을 상대로 시정을 요구하는 내용을 신청할 임직원은 없을 것"며 "금융사 입장에서 이 제도를 알고 있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유명무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권익보호신청제도는 금감원의 권익보호담당역이 맡고 있다. 권익보호담당역은 금감원 감찰실 국장이 겸임한다. 금융회사 임직원이 금감원 홈페이지나 이메일을 통해 권익보호를 신청하면 권익보호담당역이 내용을 접수해 사실관계 조사에 들어간다.
권익보호담당역은 조사를 통해 위법이나 부당한 검사가 확인되면 시정 등의 여부를 판단해 금감원장에게 검사시정이나 검사중지를 요구할 수 있다. 신청된 권익보호는 접수일부터 일주일 이내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금감원측은 권익보호 신청에 대한 처리 과정에서 신청인과 신청내용에 대해 철저한 비밀보장까지 약속했다.
하지만 이 제도의 운영실적은 미미하다. 금감원측도 활성화가 어려운 제도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검사과정에서 금융사 및 임직원의 권익을 침해하는 경우는 원래부터 없었기 때문에 활성화가 되긴 어렵다"며 "다만 검사기관에서 이러한 제도를 둠으로써 금융사 임직원들의 권익보호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구조적으로 활성화가 되기 어려운 제도를 만들어 놓고도 이에 대한 홍보는 계속하고 있다. 그동안 금감원 검사시 검사장 근처에 홍보 포스터 등을 부착해왔고 지난 7일 금융회사 임직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한 '2013년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도 권익보호신청제도를 홍보했다.
이러한 모습을 두고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제도 활성화가 어려운 것을 알면서도 계속 홍보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며 "금융사와 임직원들의 권익보호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없는 제도"라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