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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참사,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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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의 제재만으로는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할 수 없어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방글라데시 의류공단 붕괴사고 이후, 열악한 노동환경이 알려지면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월트디즈니는 자사의 캐릭터 상품의 방글라데시에서의 하도급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으며, 유럽연합(EU)도 경제 제재 등을 포함한 제재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같은 외부의 제재가 방글라데시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리스트 팀 하포드는 무엇인가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불매운동을 하는 '보이콧'으로 방글라데시의 열악한 근로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환경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취해진 각종 제재 조치는 사바르 라나플라자에서 발생한 참사보다 더 커다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선 방글라데시의 빈곤 문제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1000명의 아동 가운데 5세 미만에 죽는 아이가 46명이라고 소개했다. 반면 영국의 경우에는 같은 아이가 5명에 불과했다.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났던 아이들이 영국에서 태어났다면 41명의 아이들은 죽지 않을 수 있는 셈이다. 또한 매년 방글라데시아서 치료만 한다면 살릴 수 있는 사람(거의 대부분 어린이들) 12만3000명이 사망한다. 이들의 1차적 사망은 사고나 질병이지만, 구조적으로는 빈곤이 가장 큰 요인이다.


그러나 이는 개선된 결과다. 방글라데시의 현실은 여전히 문제가 많기는 하지만, 그동안 수년간의 경제성장으로 인해 빈곤 문제가 상당부분 개선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오늘날 방글라데시의 유아사망률은 4.6%지만, 불과 20년 전에는 이 비율은 12%였다. 방글라데시의 고속 성장의 결과로 이 나라의 영양상태, 공중보건, 교육, 여성 취업 상황이 개선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만약 강화된 노동환경으로 인해 일거리가 줄 경우 방글라데시의 빈곤은 더욱 악화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EU가 방글라데시에 노동환경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공장 등에 대한 입지 조건 등을 강제한다면 언뜻 생각하기에 노동자들은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되는 등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전혀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가령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나이키는 개선된 근로환경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같은 기준은 충족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현실은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나이키와 같은 원청업체가 요구하는 만족할만한 근로환경을 충족하는 공장이 찾기도 어려울 뿐더러, 찾았다 하더라도 이 공장은 원청업체인 나이키 몰래 이번 참사가 발생한 라나플라자 같은 열악한 공장에 하청을 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세계은행 등은 외부의 강제 보다는 근로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과 동시에 현지 정부가 근로환경을 강화할 수 있는 규제안을 만들고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권장하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해법은 방글라데시와 같은 빈국들에서 노조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 이상의 조처가 필요할 수 있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노동운동가들은 고문당하거나 심지어 살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근본적으로 방글라데시 근로자들이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을 가질 때 방글라데시의 근로환경에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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