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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데스리가의 귀환'이 한국 축구에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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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데스리가의 귀환'이 한국 축구에 주는 교훈 바이에른 뮌헨(상)과 도르트문트 선수단[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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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상징적인 승리였다. 바이에른 뮌헨이 바르셀로나를, 도르트문트가 레알 마드리드를 각각 꺾고 2012-1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다.

단순히 독일이 스페인을 꺾은 사건이 아니다. 미래를 내다본 분데스리가의 유소년 투자 정책이 정확히 10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레알과 바르셀로나는 세계 이적 시장의 최대 거물이다. 누구도 따라잡기 힘든 부와 명성을 갖췄다. 지난달 18일 미국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축구단 가치 평가에서 레알은 1위(33억 달러·약 3조7000억 원), 바르셀로나는 3위(26억 달러·약 2조9000억 원)였다. 역대 최고 이적료 순위 톱 5에서 4명이 레알, 1명이 바르셀로나 영입 선수였단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아울러 두 팀은 전 세계 축구선수들의 '로망'이다. 유니폼을 입는 것만으로도 축구 선수 경력의 절정을 의미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모든 것을 이룬 크리스티아노 호날두가 레알 이적을 선택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레알과 바르셀로나는 유소년 육성도 뛰어났다. 특히 바르셀로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리오넬 메시·사비 에르난데스·안드레스 이니에스타·헤라르드 피케·카를레스 푸욜·세스크 파브레가스·호르디 알바 등 주전 대부분이 '라 마시아'라는 유소년 시스템 출신이다.


레알은 2000년대 초반 공격적인 투자로 슈퍼스타를 끌어 모은 '갈락티코 정책' 탓에 바르셀로나만큼 샛별을 길러내진 못했다. 그럼에도 자국리그는 물론 유럽 전체에 레알 유소년 출신이 고루 분포될 만큼 좋은 선수를 많이 배출하고 있다. 이케르 카시야스라는 세계 최고의 수문장을 낳기도 했다.


종합하면 두 팀은 축구 클럽이 좋은 선수를 수급하는데 있어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런 두 팀을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꺾었다. 명성과 선수 몸값에선 레알이나 바르셀로나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호날두-카카의 이적료를 합치면 도르트문트 1군 전체를 꾸릴 돈이 나온다. 메시-사비-이니에스타의 잠재 가치는 그 이상이다. 구단 가치 순위에서도 뮌헨은 5위(13억1000만 달러)였으며 도르트문트는 13위(4억3600만 달러)에 그쳤다. 이번 승리의 의미는 클 수밖에 없다.


'분데스리가의 귀환'이 한국 축구에 주는 교훈 바이에른 뮌헨 공격수 토마스 뮐러[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분데스리가, 10년 대계를 바라보다


과거 세계무대를 주름잡던 독일 축구의 별명은 '전차 군단'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세대교체에 실패해 한때 '녹슨 전차'란 놀림을 받기도 했다.


결국 독일 축구는 메스를 들고 근본부터 뜯어 고쳤다. 2002-03시즌부터 분데스리가 1·2부 클럽은 반드시 연령별로 구분된 유소년 아카데미를 운용해야 했다. 이후 10년간 모든 클럽을 합쳐 약 10억 유로(약 1조 4500억원)가 넘는 거액이 투자됐다.


효과는 빠르고 명확하게 드러났다. 유소년 정책 도입 후 첫 월드컵이자 자국에서 열린 2006년 대회에서 루카스 포돌스키란 '신성'을 세상에 알렸다. 4년 뒤 남아공월드컵에선 토마스 뮐러·메수트 외질·사미 케디라·마누엘 노이어·제롬 보아텡 등 유망주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이내 독일은 평균 연령 24세에 불과한 대표팀으로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08~2009년에는 17·19·21세 이하 유럽선수권을 모조리 석권했다.


'분데스리가의 귀환'이 한국 축구에 주는 교훈 위르겐 클롭 도르트문트 감독[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분데스리가의 귀환이 주는 교훈


그 중에서도 뮌헨과 도르트문트는 유소년 육성에서 탁월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뮌헨은 소수 정예방식이다. 유소년 기숙학교 인원은 고작 13명. 될성부른 떡잎을 집중적으로 가르쳐 좋은 나무로 성장시킨다. 바르셀로나의 '라 마시아'처럼 유소년 팀도 1군과 똑같은 전술로 훈련을 시켜 팀의 철학을 가슴에 심는다. 필리프 람·바스티안 슈바인스타이거·뮐러·토니 크로스·홀거 바드슈트버(이상 뮌헨)·마츠 훔멜스(도르트문트) 등이 뮌헨 유소년 출신들이다.


도르트문트는 현재 1군 평균 연령이 겨우 23.9세다. 여타 유럽 빅클럽에 비해 재정이 부족했다. 2005년엔 파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들은 돌파구를 육성에서 찾았다. 마리오 괴체·마르코 로이스·마르셀 슈멜처·케빈 그로스크로이츠·누리 사힌 등을 길러냈고, 이들을 중심으로 분데스리가 2연패를 달성하며 황금기를 재현했다.


아이디어도 남달랐다. 도르트문트는 최근 유소년 교육을 위한 특별한 장치(http://www.youtube.com/watch?v=JUBgdyleCkA)를 도입해 어린 선수들의 실력 향상을 도모했다. 레알 관계자가 벤치마킹을 위해 도르트문트를 방문했을 정도다.


그 덕에 뮌헨과 도르트문트는 육성 선수들을 중심으로 사상 최초로 독일 분데스리가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독식하는 개가를 일궈냈다. 이전까지 한 리그에서 결승 진출팀을 모두 배출한 건 2000년 스페인(레알-발렌시아), 2003년 이탈리아(AC밀란-유벤투스), 2008년 잉글랜드(맨유-첼시) 뿐이었다.


이번 결과로 분데스리가는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결과(90분 내 승패 결정)와 첼시의 유로파 리그 우승 여부에 따라 다음 시즌 UEFA 리그 랭킹에서 잉글랜드를 제치고 2위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최근 축구전문지 '월드사커'의 리그 평가에선 이미 분데스리가가 세계 최고의 리그로 공인받기도 했다.


마침내 과거 황금기의 영광을 재현해 낸 분데스리가. 그 중심엔 '10년 대계'를 위한 과감한 유소년 투자가 있었다. 사실 그동안 유소년 육성에서 가장 뛰어난 국가는 네덜란드였다. 이제는 다르다. 네덜란드 대표팀 공격수 로빈 반 페르시(맨유)조차 "독일은 이미 네덜란드를 뛰어 넘은 것 같다"라고 털어놓을 정도다. 그는 "독일은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거둔 엄청난 수익으로 최근까지 유소년에 거액을 투자했다"며 "현재 독일 선수들의 뛰어난 기량은 이러한 투자의 결과"라고 평했다.


이는 2022년 월드컵 4강을 목표로 하는 한국 축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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