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환경오염 측도를 보여줄 수 있는 '붕어 지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강에 살고 있는 붕어의 간과 혈액에 화학물질이 축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동강과 영산강, 북한강 등의 비교지수로 이용될 수 있어 앞으로 환경오염 측도를 보여주는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강에 살고 있는 붕어의 체내에 식품포장재, 반도체 등에서 발생되는 화학물질의 축적이 확인돼 생태영향평가 등의 조사가 요구되고 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원장 박석순)은 2012년 실시한 낙동강 등 5개 강의 '붕어·하천수·퇴적물'의 과불화합물(Perfluorinated compounds) 10종 잔류실태 조사결과를 25일 발표했다. 과불화합물은 코팅제, 반도체 세정제, 식품 포장재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화학물질로 분해가 안 된다. 단백질과 결합해 생체에 축적되는 특성이 있다.
하·폐수 처리장 오염원 주변에 살고 있는 붕어에서 체내 단백질 양이 높은 부분인 간과 혈액에 과불화합물이 0.16~48.23ppb 농도로 축적된 것으로 나타났다. 붕어의 혈액 중 과불화합물 농도는 1.72~48.23ppb로 붕어 간에서의 농도 0.16~11.1 ppb보다 평균 4배가량 높게 축적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폐수 처리장 오염원의 하천수와 퇴적물에서도 여러 종류의 과불화합물이 검출됐고 특히 하·폐수 처리량이 많은 낙동강과 영산강에서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하천수 중 과불화합물 농도는 낙동강, 영산강이 대조 지역인 북한강보다 약 5배 높았다. 낙동강 상·중·하류의 농도는 각각 ▲0.013 ▲0.020 ▲0.035ppb, 영산강은 각각 ▲0.008 ▲0.025 ▲0.022ppb로 중·하류에서 높게 검출됐다.
이번 조사는 과불화합물 유입 위험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하·폐수 처리장의 방류수가 유입되는 오염원(중류)에서 과불화합물 농축 특성을 확인하고 이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하류의 오염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됐다.
과불화합물은 하천의 오염원 주변 하천수, 퇴적물에 비해 붕어에서 가장 높은 수치로 검출돼 생물 고농축 특성에 따라 생태계 유해성을 초래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붕어 지수'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데이터화하면 환경오염 정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과학원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 등의 조사사례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과불화합물이 검출됐지만 잠재적 유해를 관리하기 위해 2010년부터 환경모니터링과 생물 축적성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과학원은 2013년부터 생태영향을 조사하고 붕어 외에 조사 대상 생물종을 확대하는 등 과학적 조사연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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