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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세무조사 만능주의를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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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세무조사 만능주의를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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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채가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에 공기업 부채까지 더하면 우리나라도 결코 유로존의 국가부채를 강 건너 불 보듯 할 처지가 아니다. 박근혜정부는 복지 확대에 필요한 재원 135조원 중 80조원은 세출예산을 줄이고 55조원은 세입을 늘려 조달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런데 현실은 공약과 정반대다. 정부는 양도소득세 감면을 포함시켜 세입이 줄어드는 4ㆍ1 부동산 대책에 이어 세출을 늘린 17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처한 여건이 좋지 않다. 세출을 줄이지 못하고 세율도 상향 조정할 수 없는 형편이라면 과감하게 복지 예산을 줄여야 한다. 이게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다. 민간 기업이라면 이와 같이 했을 것이다.

이명박정부는 감세를 하면 그 금액 이상이 투자나 소비로 이어져 결국 더 많은 조세 수입이 가능하다는 이른바 '낙수효과'를 신봉했다. 그러나 정권 말미에 보니 부자 감세가 투자나 소비로 이어지지 않았다. 감세 정권은 물러갔고 결국 국가부채만 산더미처럼 쌓였다. 하지만 이를 책임지겠다는 자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자기 재산이라면 그리 했을까.


이와 달리 박근혜정부는 낙수효과와 같은 궤변을 늘어놓지는 않는다. 그런데 세무조사를 강화하면 복지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명박정부의 낙수효과론과 박근혜정부의 세무조사 강화론이 묘하게 교차된다. 왜 그럴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첫째, 세무조사는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세무조사는 납세자가 신고한 내용 중 오류가 있을 경우 시정하는 행정절차에 불과하다. 이 작업은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이뤄지는 업무다. 역설적으로 현 정부가 세무조사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이전 정부 시절 세무조사를 대충 했다는 얘기다. 이에 동의할 세무 공무원이 과연 몇이나 될까.


둘째, 세무조사 강화는 조세저항을 불러온다. 대기업이야 세무조사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속수무책이다. 인정사정없는 세무조사에 대한 납세자의 불만이 벌써부터 들려온다.


셋째, 과세관청의 조사인력이 부족하다. 세무공무원 2만여명이 세무조사를 통해 징수하는 세금은 연간 5조원 남짓하다. 그런데 복지재원 몫으로 연간 11조원을 더한 16조원을 세무조사를 통해 더 거두라고 한다. 이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넷째, 과세관청의 부조리가 심화될 수 있다. 과세관청 고위 관리자의 부정과 부패의 대부분은 세무조사와 관련돼 있다. 세무조사 실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할 경우 세무공무원의 과세권 남용은 불 보듯 훤하다. 무차별적인 '과세폭탄'이 예견된다. 사족이지만, 세무조사 실적이 좋다고 승진시켰는데 나중에 소송 과정에서 패소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수사하며 정치권 눈치를 보는 이른바 '정치검찰'과 비슷한 경우로 국민을 우습게 아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세무조사 실적이 바로 세입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세무조사를 통해 5조원을 징수했다지만 이 중 30% 이상은 납세자가 동의하지 않아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무조사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가 아니다. 소중한 만큼 함부로 휘둘러서는 안 된다. 기업주는 아무 잘못이 없어도 국세청 앞을 바로 지나가지 못하고 빙 둘러 간다. 국세청의 세무조사권이 무섭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진정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걱정한다면 세율 인상을 통한 적극적 증세를 모색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부유층의 반발이 걱정되고 정권의 안위가 불안하다면 복지 재원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이전 정부처럼 재정 건전성 악화에 일조한 정권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각오를 해야 한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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