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주요 국정과제 삼았지만...아시아경제 서울시 자치구 등 조사결과 기준/운용 제각각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박근혜 정부가 이른바 '정부 3.0' 구현을 주요 국정 과제로 삼아 적극적인 정보공개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상은 '정부 3.0'은커녕 '정부 1.0'도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안전행정부는 지난 5일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공공부문 데이터를 활용한 창업 지원 추진'이라는 제목으로 현재의 정보 공개 정책을 대폭 확대ㆍ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내세운 '정부 3.0' 정책의 일환이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연간 1억 건 이상의 공공 정보를 원문까지 다 국민에게 공개하고, 청구 없이도 사전에 인터넷을 통해 목록은 물론 원문 정보까지 모두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또 정보공개 대상 기관 확대, 범정부 단일 플랫폼(www.data.go.kr) 확대 개편, 관련 법률 개정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문제는 실제 일선 지자체ㆍ정부의 정보 공개 현실이 이같은 '정부 3.0' 구상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 3.0은 원천데이터까지, 정부 2.0은 가공된 정보를 '공개'가 아닌 '공유'하는 단계를, 정부 1.0은 현재처럼 국민이 정보 공개를 요청해야 응하는 단계를 각각 표현한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나라 정부의 현실은 3.0은커녕 1.0 수준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일선 지자체의 경우 정보 공개의 기준이 담당 공무원에 따라 자의적인 경우가 많고 속도ㆍ범위 등도 제각각이다. 이는 지난 2일부터 아시아경제가 서울지역 25개 구에 도시계획위원회 명단(이름ㆍ직업ㆍ소속) 공개를 정부 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청구한 결과에서 잘 나타났다. 같은 '문제'를 냈지만 '답'은 제각각이었다. 도시계획위원들의 명단을 이름, 직업, 직장까지 다 공개한 구가 14개였고, 나머지는 이름과 직업ㆍ소속의 일부분만 공개했다. 특히 중랑구는 아예 직업ㆍ소속은 공개하지 않고 해당 위원이 맡은 분야만 기록해 보내 왔다. 또 서초구는 이름만 있고 직업ㆍ직장명은 삭제된 명단을 공개했다. 중구는 직장ㆍ소속은 밝혔지만 이름은 성만 공개했다. 일부 구는 1차 정보공개 요구를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거부했다가 취재기자임을 밝히자 "미안하다. 이의 신청을 하면 바로 보내주겠다"고 입장을 바꾸기까지 했다.
또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정보공개가 대폭 확대된 서울시의 사례는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법률과 제도가 아니라 지자체장이 누구냐에 따라 정보공개의 범위ㆍ속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또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박 시장이 취임한 후 적극적인 정보 공개 정책 추진을 지시하자 지난해 3월 그동안 비공개로 묶어 놓았던 도시계획위원회 명단을 공개하는 등 정보공개의 속도ㆍ범위를 대대적으로 개선했다.
중앙 정부 부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투명 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중앙하천관리위원회 위원 명단을 요청했다가 비공개 결정을 받았다. 개인정보 보호가 이유였다. 하지만 이 명단은 지난해 이 단체가 국토해양부를 상대로 산하 전체 위원회 위원 명단 공개를 요청했을 때 이미 공개됐던 자료다. 같은 정보라도 담당 공무원이 누구냐에 따라 공개 여부가 달라지는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지자체와 정부의 정보 공개가 자의적이고 오락가락하는 것은 우선 정부 당국자들의 의지가 부족하고 관련한 세부적인 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갖고 있는 공공 정보는 현재 개인 사생활 침해, 관련 법률상 공개하지 않도록 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개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정부 각 기관들의 '정보공개 마인드'가 약해 '웬만하면 거부하려는' 태도에다 공개방침을 밝혀놓으면서도 세부 기준들로 공개 문턱을 높게 만들어 놓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정보공개법상 객관성 확보,시민의견 수렴 등을 위해 구성하도록 돼 있는 정보공개심의위원회도 대부분 자체 인력으로 구성돼 '손이 안으로 굽는' 등 제역할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투명사회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사무국장은 "정부 3.0시대를 열겠다는 박근혜 정부가 사실은 정부 1.0 시대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며 "먼저 정보를 시민에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라는 생각부터 가져야 하며, 각 기관별 비공개 처리 세부 기준을 강화하고 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활성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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