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서 인증했다' 간판달아 영업하는 중개소
NHN, 회비는 年2000만원까지 받아챙겨..
"거래에 관한 문제는 회원사와 해결하세요"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최근 네이버 부동산을 통해 오피스텔 매매 계약을 한 직장인 A씨는 중개업자의 과다한 중개수수료 요구에 얼굴을 붉혔다. 통상 중개수수료 요율로 거래금액의 0.5~0.6%를 받는데 업자가 법령 상 허점을 악용해 이보다 0.4%나 높은 0.9%를 요구한 것. 업자의 횡포로 수수료를 두 배 가까이 지불한 A씨는 "네이버가 인증한 '미니간판'을 보고 찾아간 부동산에서 수수료 과다 징수 피해를 당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억울해했다. 네이버 부동산을 운영하는 NHN 측에 문의했지만 거래에 관련한 문제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씨는 결국 중개수수료를 반환받기 위해 서울시와 공인중개사협회에 해당 업체를 고발하기로 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골목 상권을 집어삼킨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네이버 부동산이 사용자들로부터도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중개업소를 회원사로 받아들이는 '영업'까지 하면서 불량 회원사에 대한 관리는 뒷짐만 진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A씨의 사례처럼 소비자들이 느끼는 서비스 품질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되레 네이버가 인증한 '미니 간판'을 믿고 찾아간 업체에서 뒷통수를 맞는 사례만 늘고 있다. 네이버를 바라보는 중개업계의 시선도 곱지 않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업자들로부터 광고비를 계속 올려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회원사 등급이나 매물 카테고리를 세분화하는 꼼수를 부려 회비를 계속 올려받는다는 민원이 늘고 있다.
서초동에서 H동산을 운영하는 업자는 "회비는 부르는 게 값"이라며 "회원들이 일방적이라고 욕하면서도 독점적 지위에 불가항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네이버 부동산에 일반 매물 1건을 올리려면 1만1000원을 내야 한다. 최근에는 '확인매물'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카테고리까지 생겼다. 네이버에서 직접 현장 사진을 찍어 올린 프리미엄 매물이다. 건당 가격도 일반 매물의 3배(3만3000원)에 달한다. 현장 사진을 올린 매물이 사용자 클릭수가 높다는 이유로 더 많은 광고비를 챙기고 있는 것이다.
강남 지역에서 I부동산을 운영하는 또 다른 업자는 "강남 지역의 경우 타 지역보다 거래 금액이 비싸다는 이유로 상단 노출 시 더 많은 광고비를 적용받는다"며 요금 결정이 일방적이라고 꼬집었다. 이 업자는 또 "더 많은 매물을 올릴 수 있는 프리미엄 회원 업소로 등록하면 6개월에 1000만원, 1년에 2000만원의 회비를 내야 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최근 영업력을 강화하면서 대행사까지 두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와 네이버 부동산 사이에 대행사까지 끼어들면서 업체들의 광고비 부담은 더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부동산 정보업에 진출한 지난 2005년 이후 인터넷 골목 상권 황폐화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지난 2005년 부동산 정보 제공을 시작하면서 부동산 114 부동산 1번지 등 온라인 중개업소들이 성장세가 꺾였다. 이들 업소들 상당수가 경영악화로 2000년대 말 매각됐다. 반면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지난해 매출 2조3893억원, 영업이익 702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 부동산은 부동산 관련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이용자와 제휴사와의 거래 오류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고 해명했다.
조유진 기자 t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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