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동부하이텍이 회계상 영업권에 대한 국세청의 과세에 불복해 심사청구에 나서 결과가 주목된다.
23일 동부하이텍에 따르면 지난 18일 국세청에 회계상 영업권 과세에 대한 심사청구를 제기했다. 심사청구는 부당한 과세에 대해 취소나 변경을 요구하는 불복 절차다.
지난달 말 국세청이 2007년 동부한농과 동부일렉트로닉스가 합병할 당시 발생했던 회계상 영업권에 대해 778억원의 법인세를 부과하자 이에 반발해 재심사를 요청한 것이다.
당초 동부하이텍은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할 계획이었으나 국세청에 심사청구를 한 것은 더 빠른 결론이 나올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절차 모두 규정상으로는 90일 이내에 결론이 나오게 돼 있지만 고려할 변수가 많아 정해진 기한을 넘기는 경우가 잦다.
국세청이 회계상 영업권 과세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소송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회계상 영업권은 기업 대차대조표의 차변과 대변을 맞추기 위한 장부상의 항목이다. 통상적으로 기업이 보유한 특수한 제조기술 및 특수거래관계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무형의 자산가치인 영업권과는 다른 개념이다.
2007년 동부한농과 동부일렉이 동부하이텍으로 합병하면서 신주 발행 총액 5924억원과 동부일렉 자산 2992억원의 차이 2932억원을 회계상 영업권으로 계상했다. 동부하이텍은 당시 영업권을 소득으로 산입하지 않았고 이후 영업권을 상각할 때도 손실로 처리하지 않았다. 장부상에서만 생겼다가 사라진 것이다.
당시에는 회계상 영업권에 대한 과세를 하지 않는다는 게 국세청의 방침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국세청이 입장을 바꿨다. 법인세 부과 제척기간인 5년이 지난 뒤 일부 기업들이 회계상 영업권 상각을 비용으로 처리하면서 이를 절세의 수단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한 대기업이 회계상 영업권 상각을 비용으로 처리해 달라고 국세청에 요청했고 이미 몇몇 중소기업에서 유사하게 처리해준 사례가 있어 국세청 입장에서 이를 거절하기도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회계상 영업권 상각을 비용으로 처리할 거면 애초에 회계상 영업권 발생도 소득으로 잡아 세금을 물리겠다는 얘기다.
이런 방침에 따라 국세청은 아직 법인세 부과 제척기간이 지나지 않은 2007년 합병 기업에 대해 먼저 세금을 부과했다. 동부하이텍의 경우 제척기간이 지난달 31일까지여서 과세 예고통지도 없이 지난달 28일 과세를 통보했다. 동부하이텍 외에도 오성엘에스티와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SM C&C 등이 회계상 영업권에 대한 법인세를 부과받았다. 2007~2011년 합병한 회사만 7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국세청이 이번 과세 방침을 철회할 가능성을 반반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세수 확보에 동조해야 하는 입장과 기존에 회계상 영업권에 과세하지 않았던 입장 사이에서 난감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동부하이텍 관계자는 "회계상 영업권 처리는 금융감독원 회계처리기준에 따른 것으로 법인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없다"며 "합병 당시 과세하지 않았던 영업권에 대한 법인세를 이제 와서 부과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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