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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소비 온도차, 부유층만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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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 출범 후 공격적인 통화정책의 영향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일본 부유층이 지갑을 열고 있다. 반면 경기 상승효과는 서민 경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수 회복을 위해선 기업들의 임금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에 따르면 주가 급등으로 증권사들이 호황을 누리면서, 도쿄 가부토쵸(兜町) 주변 고급 외식 업체들의 손님이 크게 늘어나는 등 인근 상권이 활기를 찾고 있다. 인근 고급 외식업체 닌교우초우킹한(人形町今半)은 지난해 12월부터 2월 사이 동일점포매출이 전년동기대비 5% 상승했다고 밝혔다. 다카오카 신이치로(高岡一郞) 사장은 "주가가 오르자 가게 매출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 외제차 판매도 증가했다. 지난해 1000만엔(약 1억1342만원)이상 고급 수입차는 모델 별로 전년에 비해 20~5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차 매출이 평균 10.2% 증가한 것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미야마에 고야(宮前耕也) SMBC 닛코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주가부양에 따른 자산효과가 이미 1조엔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일본 경제에 부는 훈풍은 각종 지표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 3월 발표된 2월 일본의 소비자 지출은 전년동기 0.8% 증가하며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일본 총무성은 '아베노믹스'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로 소비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도 15일 분기별 지역 경제보고서인 사쿠라 리포트에서 전국 9개 권역의 경기 판단을 전부 상향 조정했다. 모든 지역의 경기판단이 상향조정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3분기 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주가는 오르면서 소비와 투자 의욕이 살아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렇듯 소비가 살아나는 신호가 거시 지표에서 감지되고 있지만 일반 서민들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다. 서민들이 자주 찾는 식당들은 손님들을 끌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있다. 소고기 덮밥 전문 체인 요시노야(吉野家)는 18일 부터 일반 메뉴의 가격을 100엔 정도 내린다고 발표했다. 저가 의류 업체 '지유'도 저가인 990엔 대 상품을 두배로 늘릴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가계가 '엔저 효과'에 혜택을 입지 못한 채 물가 상승에 따른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진단한다. 나가하마 도시히로(永浜利廣) 제일생명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엔화가 10엔 떨어질 때마다 가계의 소득은 0.04% 늘어나는 데 반해 물가는 0.07% 증가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엔저에 따른 소득 증가율보다 물가 상승률이 높다는 의미다. 나가하마 이코노미스트는 "가계가 엔화 약세의 혜택을 받는 데 2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경제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기 위해서는 임금 인상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기업들에게 직접적으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로 봉급을 올린 기업들은 몇몇 대기업들에 한정돼 있다.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2월의 일본 근로자의 기본급과 가족수당을 포함한 소득은 9개월 연속 전년 동기에 비해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업들이 임금을 올리지 않는다면 일본 정부가 바라는 내수 회복이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금융완화의 선순환 효과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임금과 고용을 늘려 소비여력을 더 확대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




김재연 기자 ukeb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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