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25개 구청 도시계획위원 중 절반이 '관련 업체 임직원'...국민권익위 지난해 시정 권고했지만 이행 안해..."위원 선정 공공성, 중립성 높여야: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서울 지역 25개 기초단체들이 운영하는 도시계획위원회 위원들 중 절반 가량이 직ㆍ간접 이해당사자일 확률이 높은 관련 업계 종사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국민권익위원회가 각종 개발 계획 심의ㆍ인허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특혜 논란 및 부패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으로 지목해 시정 권고를 내렸지만 일선 기초단체들은 이렇다 할 개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18일 아시아경제가 정부의 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서울 시내 25개 구의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명단을 입수, 분석한 결과 23개구의 도시계획위원 522명 중 건설사ㆍ건축사ㆍ엔지니어링업체ㆍ종합건설사ㆍ부동산 컨설턴트 등 관련 업체 임직원이 256명(49.04%)으로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무원ㆍ구의원 등 당연직(120명)을 제외한 민간위원들만 놓고 보면 비율은 더욱 압도적이다. 전체 민간위원 402명 중 3분의2 가량인 63.68%가 관련 업체 종사자들이었다. 대학 교수가 125명(31.09%)으로 뒤를 이었고, 법무사ㆍ변호사 12명(2.98%), 연구원 9명(2.23%)의 순이었다. 여기에는 전체 위원들의 직업 등 세부 사항을 제출하지 않은 중랑구,서초구 등 2개구는 제외돼 있다.
특정 민간 위원이 여러 구의 도시계획위원에 중복 선정돼 있는 경우도 여럿 발견됐다. D 건축설계업체 H대표는 구로ㆍ마포ㆍ송파구 등 3개 구, 서울시립대 Y모 교수는 양천ㆍ성북구, 백석대 H교수는 동대문ㆍ광진구, J건축사 Y대표는 마포ㆍ노원구 등의 도시계획위원으로 각각 활동 중이다.
공공성이 높은 심의 기구인 도시계획위에 이처럼 해당 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것은 도시계획 정보 유출, 이해 관계에 따른 특혜 논란 및 부패 행위 발생 등의 우려를 낳고 있다.
각 기초단체가 운영하는 도시계획위는 도시관리계획 심의, 용도지역 변경, 지구단위계획 변경ㆍ결정, 개발행위 등에 대한 심의ㆍ자문을 하는 기구다. 토지 용도 변경에 따른 시세 차익 등이 커서 관련자 개개인의 이해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공공재로서의 도시 부동산ㆍ공간 활용에 대한 계획을 주도함으로써 시민 전체의 공공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 국민권익위원회는 도시계획ㆍ건축위원회의 투명성 및 위원선정의 중립성과 공공성을 강화하라고 권고했었다. 특히 해당 기초단체 소재지에서 영업 중인 업체 관계자에 대해선 '제척'해야 하며, 위촉 기간도 더 줄이고 공모를 통해 민간위원들을 선정하고 권고했다. 당시 권익위의 조사 결과 일부 기초단체장들이 자신의 처남ㆍ측근을 도시계획위원에 위촉해 영향력을 행사해 공정성을 훼손한 사례, 민간위원들이 특정 안건에 대해 재심의ㆍ조건부 가결 등 의결권한을 과도하게 행사한 후 이를 해결해주는 대가로 용역을 수주하거나 뇌물을 수수하는 등의 사례가 적발됐다.
국민권익위는 이에 "기초단체들의 도시계획위원 선정 기준이 조례에 의해 포괄적으로 위임돼 있어 자의적 선정이 가능한 만큼 이를 시정하라"고 권고했다. 즉 민간인 비율 50% 이상, 관련 분야 전문성 등 포괄적인 기준만 있을 뿐 위원자격ㆍ위촉방식ㆍ제척 회피 기준 등은 정해져 있지 않아 부패ㆍ비리의 소지가 있으므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라는 것이었다. 국민권익위 담당자는 "관련 업체 종사자들은 당장은 아닐지 몰라도 잠재적으로 공사 발주ㆍ계약 등의 과정에서 언제든지 도시계획위 업무와 관련해 이해 당사자가 될 수 있다"며 "위원 선정의 중립성ㆍ공공성ㆍ청렴성ㆍ투명성을 높이도록 권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이해당사자가 될 수 있는 민간인들의 도시계획위원 선정은 비리를 낳는 환경이 된다"며 "돈과 결부돼 특정 업체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만큼 관련 업체 관계자들은 도시계획위원에 선정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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