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새 정부 국정 과제인 지하경제 양성화와 세수 확대를 위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모든 금융정보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던 국세청의 시도에 제동이 걸렸다. 줄곧 제기됐던 사생활 침해, 정보 남용 가능성 등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국세청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지하경제 양성화에 앞장서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재확인 했다.
16일 국세청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두 기관은 최근 협의를 통해 FIU 금융정보 중 세무조사, 체납징수, 탈세 혐의가 있을 경우에 한해 국세청이 관련 정보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합의했다.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 개정안'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두 기관이 합의한 이번 개정안은 고액현금거래보고(CTR), 혐의거래보고(STR) 등 FIU의 금융정보를 모두 손에 넣으려고 했던 국세청의 당초 계획안에 비해 크게 후퇴했다. FIU 관할부처인 금융위 등 금융당국과 야당을 중심으로 사생활 침해, 국세청의 권한집중 등의 지적이 잇따랐고, 국세청이 이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국회 논의가 남아 있긴 하지만 당초 계획에 비해 국세청이 손에 넣을 수 있는 FIU 금융정보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FIU의 고급 정보를 기반으로 올해 세수를 늘리려고 했던 국세청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지하경제 양성화에 앞장서겠다는 국세청의 의지는 흔들림이 없는 모습이다. 국세청은 이날 오전 국회 업무보고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과세인프라 확충과 탈세혐의가 큰 분야에 대한 세무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이를 위해 차명계좌, 대기업ㆍ대자산가 비자금 조성, 가짜석유, 고소득 전문직사업자, 역외탈세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경제민주화와 맞물려 최근 부각되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국세청은 불공정합병, 지분차명관리, 위장계열사 설립을 통한 매출액 분산 등 조세회피 목적의 탈세 행위도 집중 단속키로 했다.
국세청은 현금영수증, 전자세금계산서 등을 확대 시행해 과세인프라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귀금속, 웨딩관련업, 이삿짐센터 등 고액현금거래가 많은 업종에 대해서는 현금영수증 발급의무를 확대하고 발급의무 기준금액을 현행 30만원에서 10만원으로 하향 조정한다. 연간 공급가액 10억원 이상이던 전자세금계산서 발급의무는 3억원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FIU 금융정보가 지하경제 양성화의 수단이지 대안은 아니다"라며 "국회에서 다시 한번 (FIU 개정안)논의될 기회가 있는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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