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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적 시각장애인, 우울·자살위험 일반인보다 2~3배 높아"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6초

망막색소변성증 환자, 시력 서서히 잃고 마땅한 치료법 없어 극심한 스트레스·우울감 겪어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이 일반인보다 심각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에 시달리고 자살위험도 2~3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신동욱 교수 연구팀은 2010~2011년 망막색소변성증 환자 187명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뽑은 일반인 대조군 187명과 정신건강을 비교한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망막색소변성증은 망막의 기능이 소실돼 서서히 시력을 잃는 질환으로 노인층보다 젊은층에서 더 잘 발생된다. 4000명 중 1명에게 발병하며 국내에서는 1만5000여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극중 인물 오영(송혜교)이 앓은 희귀질환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들은 중등도 이상의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경우가 52%(97명)로 일반인의 29%(55명)에 비해 약 2배 높았으며 2주 이상 우울증상을 겪었을 확률은 35%(65명)로 일반인의 17%(32명)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또한 지난 1년간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는지 묻는 질문에 39%(72명)가 그렇다고 응답해 13%(24명)에 해당하는 일반인에 비해 3배 정도의 높은 위험을 보였다.


신동욱 교수는 "망막색소변성증은 젊은층에서 야맹증 등을 겪다가 발견 당시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아직까지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환자들은 시간이 지나도 적응하지 못하고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더 느끼는 것 같다"며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적절한 정신건강 서비스가 제공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시력이 상당히 떨어져 높은 장애 등급(1, 2등급)을 받은 환자들보다 시력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낮은 장애 등급(3~6등급)을 받은 환자들이 오히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금은 증상이 심각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병이 더 진행된다는 사실 때문에 스트레스를 더 받을 수 있으며, 장애등급이 낮아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비교적 적다는 점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박종혁 국립암센터 정책지원과장은 "중도에 실명하는 시각 장애인은 우울과 불안 등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며 "이들이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적응해서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동이나 업무 등의 편의를 제공하는 기회를 늘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의 지원과 실명퇴치운동본부의 협조를 받아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외학술지인 Optometry and Vision Science 최근호에 게재됐다.




김보경 기자 bkly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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