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2013년 박근혜정부에 때 아닌 1950년대 경제구호가 등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경제부흥'을 외친 데 이어 청와대는 지난 4일 국정기조 디자인을 발표하면서 '경제부흥'을 첫째로 내걸었다. 박 대통령이 때마다 강조하던 창조경제는 슬그머니 모습을 감췄다. 3일 부처 업무보고를 진행한 기획재정부도 '경제 부흥과 국민행복 달성'이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부흥(復興)을 '쇠퇴하였던 것이 다시 일어남'이라고 풀이한다. 과거에 비해 무너져 내린 현재의 상태를 원상복구 시킨다는 의미가 이 단어에 담긴 것이다.
역사적으로 '부흥'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시기는 전쟁 이후다. 6·25전쟁 이후 1955년 우리나라에는 '부흥부'라는 정부부처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산업경제의 부흥에 관한 종합계획을 세우고 시행하던 부처로, 미국의 원조자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중요한 임무였다. 부흥부는 1961년 군사정권 하에서 경제기획원(EPB)로 진화한다.
이 같은 배경으로 인해 60여년 만에 되살아난 '부흥'이라는 경제 구호는 현 시대에 어울리지 않고,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부흥이라는 단어에는 '쇠퇴'가 전제돼야 하는데 그 정도 수준으로 경제가 침체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근 정부가 '부흥'의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억지춘향식으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박근혜정부 2013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지난해말 발표됐던 3%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2.3% 전망치로 수정됐다. 일자리 창출 규모도 32만명에서 25만명으로 하향조정됐다. 정부가 목표치를 전망치로 바꾸면서 오히려 '쇠퇴'한 경제 상황을 부각시킨 셈이다.
또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추가경정 예산 편성의 필요성을 피력하면서 '한국판 재정절벽'이라는 단어를 내놓으면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쇠퇴라고 말할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경제는 김영삼 대통령 때 시작된 외환위기가 김대중 정부 때까지 이어졌고, 이명박 정부 때 또 다시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생했다"며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외친 것도 경제부흥이라는 구호와 차이가 없다. '한강의 기적'은 군사정부 시절 최고회의에서 처음 나온 단어로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 계획을 통해 산업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결국 박 대통령은 60년전 아버지가 펼쳤던 국가 경영 스타일을 답습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위해 EPB 출신 인물을 새정부의 경제팀 전면에 내세웠다는 해석도 나온다. EPB는 5·16 군사정변이 일어난 해인 7월에 만들어졌다. 기획수립과 예산집행의 강력한 권한을 가진 수퍼부처로, 당시 군사정부가 '정부주도 경제재발계획'을 실천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족시켰다.
이은형 국민대 교수는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정책 기조나 기반이 되는 것들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때의 철학이나 큰 프레임을 상당부문 찾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성장잠재력 확충과 경제활력의 회복을 위해 대통령이 여러차례 언급한 단어"라면서 경제부흥 실천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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