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사업 치중, 글로벌 기업 견제 등으로 인한 '위기의식' 때문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박민규 기자, 김민영 기자]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6일 일본에서 김포공항으로 전용기를 이용해 귀국했다. 이 회장은 지난 1월 11일 건강상의 문제로 요양을 위해 하와이로 떠난 뒤 일본과 하와이를 오가며 셔틀 경영을 펼쳤다. 이 회장의 귀국은 총 86일만이다.
이 회장은 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신경영 20주년이 됐는데 안심하면 안된다"면서 "항상 위기의식을 갖고, 더 열심히 뛰고 사물을 깊게보고, 멀리보고,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관련해선 "그분도 오랫동안 연구하고 나온 분이라 잘 해 주시리라 생각한다"면서 "우리도 잘하고, 저희 삼성도 작지만 열심히 뛰어서 도와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회장은 수행원의 부축을 받으며 출국장에서 걸어나왔다. 걸음걸이가 다소 불편해 보이는 점을 빼면 건강상태는 양호해 보였다.
이 회장은 본인의 건강상태에 대해 "요새 운동을 많이 못해 다리가 조금 불편한 것 빼고는 괜찮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해외 석달동안의 체류기간 동안 어떤 일을 했냐는 질문에 미소지으며 "사람도 많이 만나고 여행도 많이 했다"면서 "미래사업구상 많이 하고 그랬더니 석달이 금방 가버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수년전부터 계속 위기의식을 강조해왔다. 지난해에도 유럽 출장을 다녀온 뒤 "생각보다 어렵다"며 스스로 출근시간을 새벽 6시 30분으로 당기며 삼성그룹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올해 초 삼성그룹 사장단과의 신년회에서도 "10년안에 삼성그룹의 모든 주력 제품이 사라질 것"이라며 위기의식을 불어 넣었다.
석달간의 장기 출장 뒤에도 가장 먼저 한 말은 다시 한번 "위기의식"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8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해왔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애플과의 소송 충당금을 고려한다면 역시 사상 최대 영업이익에 가깝다.
스마트폰이 전체 영업이익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등 특정 사업이 전체 사업과 실적을 좌지우지 하며 삼성전자의 시름도 깊어졌다. 최근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면서 다시 1조원대의 영업이익을 회복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이어지고 있지만 수년전부터 내세웠던 신성장 사업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등의 시련도 겪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과거 삼성전자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시작했고 반도체 시장서는 대만과 일본 업체들이 연합해서 삼성전자와의 경쟁에 나섰다.
이 회장이 석달이나 해외에 체류하며 경영구상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이 회장은 석달동안 하와이와 일본을 오가며 현장 경영에 나섰다. 세차례에 걸쳐 일본을 방문하고 두 차례 삼성그룹 수뇌부를 일본으로 불러 전략회의를 가졌다. 일본에서는 하루도 쉬지않고 비즈니스 미팅을 이어가는 등 경영 현안을 채기고 나섰다.
이 회장은 일본 대표 전자업체들이 쇠락한 사례를 집중 연구하며 삼성그룹의 새로운 사업에 대해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당장 다음주부터 서초사옥으로 출근경영을 재개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김포공항은 삼성그룹 경영진과 방송사와 신문사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주요 경영진들이 공항에서 이 회장을 맞이했다.
명진규 기자 aeon@
박민규 기자 yushin@
김민영 기자 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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