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본사서 체크전화 빗발, 특정지침 없지만 술렁
천안함 폭격·연평도 포격때처럼 투자 위축 우려도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최대열 기자]최근 한국을 방문한 외국계 기업의 본사 임원은 한국법인의 임원을 만나자마다 "전쟁나는 것은 아니겠지요"라고 입을 뗐다. 외신을 통해 북한의 상황을 접했다는 그는 "한국의 상황이 심각한 것 아니냐"고 재차 물었다.
한국법인의 임원은 "전쟁하겠다고 선언하고 전쟁하겠습니까. 일종의 북한의 전술이죠. 전쟁은 없을 것입니다"고 답했지만,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한국에 대한 시각에 우려감을 표했다.
개성공단 통행제한이 사흘째 이어지며 국내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댄 애커슨 제너럴모터스(GM) 회장겸 최고경영자(CEO)가 대북 리스크와 관련 "컨티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혀 불안감이 더욱 확산되는 모습이다.
그의 발언은 한국에서 곧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어, 국내 진출한 외국계 기업 및 외국인 임직원들이 북한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측 강경 대응에 불안한 외국계 = 본사로부터 한국 상황을 묻는 전화가 수시로 걸려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본국으로부터 특정 지침이나 행동요령 등을 전달받은 외국계 기업은 없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우려는 크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움직임이 없는 상태에서 기업이 먼저 나설 이유는 없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다.
겉으론 평온하지만 한국에 파견된 외국인들은 편안하지만은 않다. 한국 법인에 파견된 한 외국인 임원은 "전쟁이라는 것이 예측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정전국가다보니 이런 이슈가 터질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불안함을 표했다.
최근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한 2013 서울모터쇼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그대로 드러났다. 통상 국제 모터쇼가 진행되면 각 수입차 한국법인에서 본사 주요 인사들을 초청하는데, 이번에는 그 과정에서 대북리스크가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다.
한 수입차업체 고위 관계자는 "우리야 이러다 말겠지 생각하지만, 외국인들이 바라볼 때 우리나라는 이란 등과 다름없는 위험국가"라며 "본사에서 최근 남북관계에 대해 여러차례 물어와, 초청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국GM을 비롯한 대다수 기업들은 본사에서 한국으로 발령난 외국인 직원들에게 추가 수당을 지급하기도 한다. 이는 정전국가라는 한반도 특성을 감안한 일종의 위험수당이다.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그대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한국GM 고위관계자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오히려 한반도 상황을 우려한다. 이는 국내에 있는 외국인들 또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대북 리스크로 외국인 투자 위축 우려 = 재계는 대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투자가 주춤했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때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이 있던 2010년 외국인 직접투자 신고액은 모두 130억7100만달러였다. 하지만 실제 한국에 투자된 금액은 54억1400만달러에 불과했다. 신고액 대비 실제 집행된 금액은 41.4%에 불과했다. 신고 금액 대비 국내 실제 집행된 금액 비율은 2008년 71.6%, 2009년 58.8%, 2010년 41.4%, 2011년 48.1%, 2012년 63.8%였다.
당시 두 사건으로 인해 한반도 위기감 고조되면서 투자의사를 밝힌 외국기업ㆍ자본이 실제 투자를 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조슬기나 기자 seul@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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