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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3장 화실이 있는 풍경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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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3장 화실이 있는 풍경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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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근에 시 쓰시는 친척 아저씨 있다면서요?”
커피를 홀짝거리며 별 부담 없는 목소리로 하림이 말했다.
“아, 그 아저씨? 그 아저씬 나이도 많고, 어쩐지 시인이라기 보담 도사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 아저씨한테 배우려면 아예 포기하는 게 나을 거예요.”
“그럼, 난....?”
하림이 장난스런 표정을 지었다.
“아저씬..... 그래도 나랑 정서가 좀 통할 것 같은데요.”
“그래요?”

하림은 참새처럼 거침없이 재잘대는 그녀가 재미있어졌다. 왼쪽 귀 밑의 작은 나뭇잎 같은 푸른 점을 빼고 나면 반듯한 이마와 염소꼬리 같이 맨 꽁지머리, 오연수 닮은 서글서글한 눈매가 그리 나쁘게 보이진 않았다.
“좋아요. 그럼, 대신 그놈의 아저씨란 말은 좀 빼주세요. 아직 그럴 나이도 아니구, 장가도 못간 주제에 괜히 억울한 생각이 드니까.”
“호호, 알았어요. 그래 나 오늘 인심 썼다. 앞으로 하림 오빠라고 부를게요. 됐어요? 하림 오빠. 그럼 하림 오빠도 이제부터 절 그냥 소연이라고 불러요. 하소연이.”
“알았어. 지금부터 그렇게 부르지, 뭐. 사실 나이로 보자면 난 삼십대 중반이고, 소연이는 이십대 초반.... 맞지? 그러니까 내가 좀 손해 보는 느낌이지만....”
“어머나! 늙은 아저씨한테 오빠라고 불러주니까. 누가 손핸지 모르겠네요.”
소연이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
“그건 그렇고, 아까 이장이란 사람 왔다 갔는데.... 다리를 절더라.”


하림이 말머리를 돌려 이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소연으로부터 무슨 정보나 좀 얻어볼까 하고,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딴청을 떨었다.
“아, 운학이 아저씨! 동네 사람들은 이장 대신 전부 운학이, 운학이 하고 부르죠.”
소연이 딴에 대뜸 대답했다.

“군대서 지뢰를 밟았대나 어쩠대나. 그래서 한쪽 발에 의족을 해달아서 다리를 절어요. 그 때문이지 모르지만 노상 술에 절어서 산다니까요. 장가도 못가고..... 알콜중독자예요!”
“그래도 오면서 보니까 포도밭에서 일하던데?”
“그거야 하죠. 이제 봄이 오기 전에 포도나무 가지치기를 해야하거든요. 군대 가서 그런 사고를 당하기 전엔 힘이 장사였대요. 동네 어르신들이 그 사람 이장 시킨 것도 다아 불쌍해서 정신차려보라고 그런 거래요. 우리 수퍼에도 자주 와서 수퍼 앞 탁자에 막걸리 하나 시켜놓고 죽치고 앉아 있다 가곤 해요.”


“그렇군.”
하림은 아까 본 인상을 떠올리며 이해가 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소연이 이야기를 듣는 동안 이장이란 사내랑 좀 가까이 해볼까 하던 기대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처음 사내가 ‘나, 여기 이장이오.’ 하는 순간, 하림은 막연하게나마 그에게 잘 보여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아니 할 수가 없었는데, 소연이 말을 듣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알콜중독자에게 무엇을 바란단 말인가. 생각에 잠겨 있던 하림은 조금 있다가,


“그럼, 소연인 이층집 영감에 대해서는 좀 아나?”
하고 정작 궁금해 하던 이야기의 본론으로 쑥 밀고 들어가 보았다.
“엽총으로 개를 쏘아죽였다는 영감 말이야.”


글 김영현. 그림 박건웅.






김영현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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