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짐승들의 사생활-3장 화실이 있는 풍경 55

시계아이콘01분 36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짐승들의 사생활-3장 화실이 있는 풍경 55
AD


“뭔 일 있음 날 찾으슈. 시골이래두 인심이 옛날 같지 않으니까 조심하시구.”
이장은 그렇게 당부인지 경고인지 모를 소리를 한 마디 더 내뱉고는 뒤뚱뒤뚱 포도밭 쪽 왔던 길로 돌아갔다.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니 한쪽 다리를 심하게 절고 있었다. 나중에 하소연이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지만, 그의 이름은 배운학이라 했고, 전방 철책에서 군대 생활을 할 때 발목 지뢰를 밟아 한쪽을 잘라내는 바람에 의족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심한 알콜 중독자여서 요양원에도 갔다 온 적이 있다고 했다.
이장이 가고난 다음, 하림은 그제야 윤여사가 준 열쇠로 문을 따고 화실 안으로 들어갔다. 슬리퍼가 가지런히 놓인 옆에 신발장이 놓인 좁은 현관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이어 다시 여닫이식 유리문이 나타났다. 유리문을 열자 원룸식으로 된 제법 넓은 방이 나타났다. 오랫동안 비어있던 표시처럼 서늘한 기운이 먼지 냄새와 같이 코에 감겼다.

하림은 유리문에 기댄 채 머리만 안으로 들이밀고 방안을 한번 훑어보았다.
벽면 한쪽엔 윤여사 작품인 듯한 유화 캔버스가 빼곡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한쪽엔 부엌을 겸한 싱크대가 냉장고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싱크대 앞에는 식탁으로 사용하는 작은 탁자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부엌 옆의 문에는 꽃을 머리에 인 여인을 그린 천경자의 그림 달력이 걸려있는 작은 화장실이 붙어 있었는데, 천경자의 그림 달력은 2010년 5월을 가리키고 있었다. 파란 줄무늬 커튼이 쳐진 창문이 있는 벽쪽 작은 탁자에는 작은 라디오를 비롯한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하림은 다시 차로 돌아와, 라면과 김치 등이 들어있는 박스부터 옮기고나서 옷가방과 책, 노트북을 차례로 들어 방 입구에 갖다 놓았다. 그리고는 보일러실로 가서 기름통을 살펴보았다. 다행히 기름통에 기름이 3분의 2는 남아 있었다. 스위치를 넣으니 콰르릉, 하고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서 물을 켜보니, 수도에서 물이 찔끔찔끔 흘러나왔다. 하림은 몇 번 두드려보다가 포기하고 통에 찔끔찔끔 나오는 물을 받았다. 그리고는 웃옷을 벗어두고 라디오를 커다랗게 틀어 놓은 다음, 빗자루를 들어 한바탕 방을 쓸고 물걸레로 닦아내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칠오삼공님 사연 보내주셨습니다.”
라디오에서 귀익은 양희은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늘의 주제는 국수. 먼저 칠공오삼님 사연 읽어드리겠습니다. 저의 대학시절에는 농활이 유행했어요. 여름 방학이면 선후배가 함께 강원도 첩첩산중으로 봉사를 하러 떠났지요. 언주에서 갈아 탄 버스는 산모퉁이를 툴툴거리며 흙먼지를 날리며 달렸지요. 얼마쯤 가는데 할아버지 한분이 바지춤을 잡고 쩔쩔 매시는게 아니겠어요. 소변이 마려우셨던 거지요. 운전기사는 짜증 한번 부리지 않고 차를 길가에 멈추었어요. 할아버지는 급히 차에서 내려 풀숲에 대고 일을 보셨지요. 우리는 깔깔대며 웃었지요. 마침 그 할아버지는 우리가 봉사 활동하러 가는 그 마을에 사시는 분이셨어요. 그날 저녁 우리는 그 할아버지 집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는데, 국수가 나온 게 아니겠어요. 아, 그때 먹었던 감자국수 한 그릇.....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어버린 감자국수 한 그릇....!”


대충 청소를 끝내고나자 배가 고팠다. 하림은 라면이나 하나 끓여먹을까, 하고 가스렌지에 냄비를 올려놓고 물을 부었다. 그리고 달리 할 일이 없어, 물이 끓는 동안 자리를 깔고 팔베개를 하고 누웠다. 갑자기 깊고 무거운 고요가 밀물처럼 몰려왔다.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






김영현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2009:48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전 세계에서 K푸드에 대한 수요가 식을 줄 모른다." 미국의 경제 뉴스 채널 CNBC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한국 식품의 글로벌 확산세에 대해 이같이 조명했다. 이 방송은 특히 라면을 K푸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품목으로 지목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K팝과 한국 드라마에서 라면이 자주 노출되면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까지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물가 인상과 생활비 상승도 비교

  • 26.01.2007:16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지난 15일(현지시간) 오후 7시 미국 뉴욕 맨해튼 32번가 K타운. 한국 치킨 브랜드 BBQ 매장은 '치맥'을 즐기려는 현지인들로 북적였다. 지하 1층에 마련된 테이블은 일찌감치 만석이었고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들은 치킨을 앞에 두고 맥주잔을 부딪치며 저녁 시간을 즐겼다. 치킨뿐 아니라 떡볶이와 김치볶음밥 등 다양한 한국 메뉴를 함께 주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매장을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메디슨 씨는 "학교 근처

  • 26.01.1915:08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K웨이브 글로벌 현장 점검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

  • 26.01.1914:08
    ③"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일상문화' 흘러야 30년 간다"[인터뷰]
    ③"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일상문화' 흘러야 30년 간다"[인터뷰]

    "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처럼 금방 꺼질 수 있습니다. 지하수처럼 '일상 문화'가 계속 흐르도록 해야 K 브랜드와 산업의 생명력을 30년 이상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일열 전 파리문화원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K브랜드의 글로벌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K콘텐츠는 강력한 진입로가 될 수 있지만, 휘발성이 크다"며 "어느 순간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썸

  • 26.01.1914:08
    돼지갈비 요리하는 파리지앵…자기 전엔 韓스킨케어 톡톡[K웨이브3.0]②
    돼지갈비 요리하는 파리지앵…자기 전엔 韓스킨케어 톡톡[K웨이브3.0]②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당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현지 한식당 대부분이 중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