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교통사고 경위나 정황에 비춰 그 피해가 경미한 경우까지 뺑소니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실수로 차량을 들이받은 뒤 별다른 구호 조치 없이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9)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대법원은 “교통사고 당시 A씨가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거나 나아가 교통상의 위험과 장애를 방지·제거해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렇다면 A씨가 자신의 인적사항을 알리지 아니한 채 사고현장을 이탈했다 하더라도 특가법상 도주차량 및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1년 10월 김해의 한 편도2차로 1차선을 달리다 조향·제동장치 조작 부주의로 신호대기 중인 택시를 들이받은 뒤 별다른 구호 조치 없이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및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사고 경위와 내용, 피해자가 다친 부위와 정도, 사고 후 정황 및 당시 도로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 뒤 “사고 당시 A씨가 피해자를 구호하거나 나아가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해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도로교통법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특가법상 도주차량 혐의에 대해서는 “사고를 일으킨 차가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된 경우 그 운전자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며 공소 기각했다.
2심은 그러나 “사고 직후 피해자의 거동에 불편이 없었고 외관에 상처가 없었으며 피해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것으로 사후에 판명되었다는 등의 사유만으로 구호 조치 등을 취할 필요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이러한 상황에서 신원을 밝히지 아니하고 가해차량을 운전해 사고현장을 이탈했다”며 혐의를 모두 유죄로 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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