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6일 서거한 박정희 전 대통령 21일 뒤 전경련 휘호를 썼다?
[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創造,協同,繁榮 1979年 11月 16日 大統領 朴正熙
아시아경제신문이 3월14일 4면에 보도한 '전경련 박근혜 창조경제와 通하다'라는 기사가 나간 뒤 날짜에 의문을 제기하는 문의전화가 본사에 쇄도했다.
고 박 전 대통령의 서거일이 1979년10월26일인데 '어떻게 11월16일자로 휘호를 쓸 수 있는가'하는 것이 의문의 핵심이다.
11월16일과 10월26일에는 아픈 과거와 사연이 담겨 있다.
우선 11월16일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옛 회관) 준공일이다. 당시 전경련은 고 박 전 대통령에게 휘호와 준공일 행사 참석을 부탁했고, 박 전 대통령이 흔쾌히 수용했다고 한다. 이후 전경련은 고 박 전 대통령의 휘호를 머릿돌로 제작하기 위해 휘호를 미리 받았다.
당시 청와대는 고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쓴 '創造,協同,繁榮 1979年 11月 16日 大統領 朴正熙'라는 휘호를 전경련에 전달했고, 전경련은 머릿돌 제작을 끝냈다.
하지만 며칠 후 10ㆍ26사태가 터졌다.
긴급 상황속에서도 전경련 회관 준공식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최규하 대통령 권한대행이 행사에 참석, 전경련 회관 준공식을 축하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경련 회관 준공식은 탈 없이 잘 진행됐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었다.
이미 제작된 머릿돌의 날짜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고 박 전 대통령의 휘호를 그대로 머릿돌에 새겼기 때문에 머릿돌 날짜 역시 1979년 11월16일로 돼 있었다.
전경련은 고심 끝에 머릿돌 날짜 11월을 10월로 살짝 바꿨다. 휘호 원본은 이승철 전경련 상근 부회장이 지난 99년부터 본인 사무실에 보관중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당시 머릿돌 날짜를 그대로 둘 것 인지, 수정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논의를 가졌다"며 "국민에게 혼란을 줄 수 있어 결국 머릿돌 날짜를 수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전경련은 오는 10월 신 회관 준공식을 앞두고 있다.
전경련은 고 박 전 대통령의 휘호를 담고 있는 머릿돌을 신 회관에 그대로 사용할 예정이다.
고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전경련 신 회관 준공식에 참석할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재계는 박 대통령이 전경련 신회관 준공식에 참석, 34년전 고 박 전 대통령이 지키지 못한 약속을 대신 지키지 않겠냐라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조영신 기자 as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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