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의 '소신과 줏대'가 도마에 올랐다. 이른바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전반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구체적이고 효과적 정책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인지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도 불투명하다. 현 내정자는 어제에 이어 14일까지 이틀 동안 인사청문회를 거쳤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현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를 하루만 열기로 했는데 자질과 도덕성 등 여러 문제가 불거지자 청문회를 14일 하루 더 열었다.
현 내정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잦은 말바꾸기와 소신 없는 답변으로 국민들에게 부총리급 경제 수장으로서 신뢰와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13일 청문회를 지켜 본 한 교수는 "나라의 살림을 책임지는 기재부 장관에다 각 부처의 경제 현안을 조정하는 경제부총리라면 어느 정도 자신의 소신과 전문가적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 뒤 "어제 청문회에서는 (현 내정자가)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청문위원들도 현 내정자가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인 ▲경제민주화 ▲일자리 중심 창조경재 ▲맞춤형 복지 ▲비정규직 해결 ▲주거 안정화 등을 추진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가 기재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킨 것은 그만큼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위험한 상황이고 갈수록 악화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불안한 경제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는 큰 숙제가 기재부 장관 앞에 놓여 있다.
경제민주화에 대해 청문위원들은 현 내정자의 '이중적 줏대'를 지적했다. KDI(한국개발연구원) 원장 시절, 성장론자로 강한 인상을 줬던 현 내정자는 청문회 자리에서는 정작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근혜노믹스'의 핵심인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애써 강조했다. 맞춤형 복지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구체적 안을 내놓지 못했다.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 감면 축소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은 어떤 구체적 방안이 있는지 제시하지 못했고 비과세 감면 축소가 서민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란 부분에 대해서도 전문가다운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여기에 직접 증세 없이 복지 관련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추상적 답변만 이어갔다.
청문위원인 조정식 의원(민주통합당)은 청문회에서 "현 내정가가 KDI 원장으로 있을 때 연구원의 정부 정책 수용률이 무려 95%에 이른다"며 "(전문가로서 분석과 현재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해석하기 보다는)거수기 역할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성장론자'로 박근혜 정부에서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강조하는 '분배론자'로 말을 바꾸면서 "정권에 따라 소신 없이 움직인다는 말이 나온다"는 이재영 의원(새누리당)의 지적도 이어졌다.
국내 대학의 또 다른 한 교수는 "(장관 내정자는)임명권자의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그렇다고 무조건 '예스(Yes)'를 외치며 따라가는 게 아니라 권력자에게 국정 철학을 실천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구체적 안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효과적으로 정책을 실천해 나가는 것이 국민에게 절실하고 지금 우리나라 경제 수장이 가져야 할 필수 자질"이라고 진단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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