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광산업이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돌파 등 외형적인 급성장과 달리 내용 면에선 갈 길이 먼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어제 발표한 관광산업 국제 경쟁력 평가에서 종합순위는 올라갔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을 대하는 태도 등 관광한국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부문은 여전히 최하위권이다.
WEF가 2년마다 실시하는 여행ㆍ관광산업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140개국 중 25위를 차지했다. 2011년 32위에서 7계단 상승했다. 문제는 79개로 나뉜 구체적 항목에 대한 평가다. 친절도 129위, 관광의 개방성은 104위로 거의 꼴찌다. 호텔 등 숙박시설 99위, 관광자원 89위로 관광 인프라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
한국에 대한 인상을 흐리는 이런 이유로 외국인 관광객의 재방문율이 고작 39.1%에 머무는 것이다. 60% 수준인 일본이나 홍콩과 크게 차이 난다. 택시로 가장해 바가지 요금을 받은 화물용달차 콜밴차량 운전자 20명이 엊그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바가지 상혼의 일부일 뿐이다. 오죽하면 한국에 여행 가면 '봇타쿠리(바가지)'를 조심하라는 말이 일본에서 나돌까.
WEF 평가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이웃 일본이다. 대지진을 겪은 2011년 22위에서 올해 14위로 8계단 상승했다. 역대 최고 성적이다. 대지진의 여파와 장기 불황 속에서도 관광일본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한 결과다. 가격경쟁력이 130위를 기록할 정도로 물가가 비싼 가운데에서도 친절도와 관광산업 정책의 우선 순위 등에서 그전보다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ㆍ태평양권에서 한국보다 순위가 높은 싱가포르(10위)ㆍ호주(11위)ㆍ뉴질랜드(12위)ㆍ홍콩(15위) 등 우리와 경쟁하는 나라들에서 배울 점은 배워야 한다.
물론 한국의 장점도 있다. 인터넷과 유ㆍ무선 전화 이용 등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는 단연 1위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접근성과 신용카드 이용의 편리함도 1위다. ICTㆍ금융 분야 등 장점은 더욱 살리고 바가지 상혼ㆍ숙박시설 미비 등 단점을 서둘러 보완해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특히 바가지 상혼 근절이나 친절하게 대하기 등은 돈 안 들이고 마음만 바꾸면 할 수 있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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