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출범 30주년을 맞은 프로축구가 겨우내 공백을 뒤로하고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사상 첫 승강제 도입으로 여느 때보다 치열해진 경쟁. 결전을 앞둔 사령탑의 각오는 비장하다. 리그 우승부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 확보, 생존을 향한 몸부림까지 저마다의 목표로 각오를 다지고 있다.
최상위리그 K리그 클래식에 출전하는 13개 구단 감독들은 28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새 시즌에 임하는 출사표를 던졌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ACL 원정 관계로 참석하지 못했다.
단연 관심을 모으는 팀은 '디펜딩챔피언'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정규리그 2연패와 ACL 동반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데얀-몰리나 콤비를 비롯해 하대성, 고명진, 고요한 등 우승멤버들이 팀 잔류를 택해 안정된 전력을 자랑한다. 26일 열린 ACL 조별예선 E조 1차전에서는 장쑤 순톈(중국)을 5-1로 대파하며 순항을 예고했다.
강력한 대항마는 전북. 바라보는 목표는 정규리그와 ACL 동반우승이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이승기, 정인환, 케빈, 송제헌 등 스타플레이어를 대거 영입하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특유 '닥공(닥치고 공격)'은 물론 탄탄한 수비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각오다. 파비오 전북 감독대행은 "최근 축구계 흐름은 공격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안정된 수비로 패하지 않는 경기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K리그 클래식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포진한 만큼 어느 팀과 붙어도 자신 있는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승후보로 꼽히는 포항과 수원은 나란히 정규리그 우승을 목표로 정했다.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파로 팀을 꾸린 포항과 서정원 신임 감독 체제로 전환한 수원이 어떤 경기력을 선보일지 기대를 모은다. 구단 대표로 참석한 곽희주(수원)는 "좋은 성적은 물론 감동 있는 스토리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라고 다짐했다.
아시아챔피언 울산을 비롯해 제주, 부산, 인천, 성남 등은 내년 시즌 ACL 출전권이 걸린 3위 이내 진입을 바라본다. 특히 고향 팀에 복귀한 윤성효 부산 감독은 "우선 상위스플릿(1~7위) 진입을 목표로 부담 없이 도전할 생각"이라며 "상승세를 타면 3위권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 경남과 대구, 전남, 대전 등은 강등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위스플릿 진입을 과제로 던졌다. 당성증 대구 감독은 "2010년 이후 매년 순위가 올라가고 있다. 올해도 지난 시즌보다 좋은 성적으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라고 의욕을 보였다. 최진한 경남 감독은 "겸손한 자세로 현실적인 목표부터 달성하겠다"라고 전제한 뒤 "지난해 우승컵을 놓친 FA컵에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싶다"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반면 강원은 '생존'을 최우선 목표로 제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극적으로 1부 리그 잔류를 경험한 까닭이다. 김학범 감독은 "경쟁 팀 모두 우리를 강등권이라고 얘기하는데 내 생각도 마찬가지"라고 운을 띄운 뒤 "연말에 최종 성적표를 보면서 예상이 맞았는지 확인하고 싶다"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자리에 함께한 김은중은 "지난해보다 훨씬 경쟁이 치열할 것 같아 걱정"이라면서도 "한 차례 경험이 있어 나름대로 노하우와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한편 K리그 클래식은 3월 2일 서울과 포항, 울산-대구, 전남-제주전을 비롯해 3월 3일 성남-수원, 인천-경남, 부산-강원, 대전-전북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9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김흥순 기자 sport@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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