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전국 최초 휴지통 없는 화장실 100일 종합평가 결과 나타나...현재 51개 시설 201개 화장실 운영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캐나다 한 네티즌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Korean toilet paper'이 조회수 20만 건에 육박한 가운데 휴지통 없는 화장실이 확산되고 있다.
최초 진원지는 서울 송파구. 지난해 11월6일 전국 최초로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운영하기 시작한 송파구가 시행 100일을 맞아 민간의 자문을 받아 자체적인 중간 평가를 했다.
송파구(구청장 박춘희)가 휴지통 없는 화장실에 관심을 쏟은 것은 연간 2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오가고 또 123층 롯데월드타워 완공 이후(2015년) 450만 명 이상의 관광 수요가 예상되고 있는 관광특구 조성 일환이다. 구는 화장실 문화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야 한다는 생각에서 휴지통 없는 화장실 만들기에 나섰다.
구는 지난해 11월 공중화장실 3개소와 구청사에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변기 칸 내 휴지통을 없애고 여성 화장실에는 생리대통을, 세면대에는 일반휴지통을 따로 비치했다.
시행초기 반응 더 깨끗하고 위생적이라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깊게 뿌리내린 화장실 문화 속에 주민 개개인의 인식 개선이 병행되지 않아 불만도 적지 않았다.
여성용품과 이물질, 휴지 과다 사용으로 인한 변기 막힘 현상도 개소별 최대 4배까지 증가했다. 구는 새로운 화장실 문화 정착에 시일이 필요하다고 판단,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늘려갔다.
지난해 12월에는 동 주민센터 5개소와 공공시설을 포함해 총 12개소의 화장실 휴지통을 없앴다. 관광호텔과 지역내 공공기관에도 협조를 구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재래식 공중화장실과 구의회까지 동참했다. 20일 현재 송파구에서 운영되고 있는 휴지통 없는 화장실은 총 51개 시설에 201개 화장실. 끈질긴 설득 끝에 올림픽공원과 올림픽파크텔, 한성백제박물관, 레이크호텔 등도 휴지통 없는 화장실에 뜻을 함께해 곧 운영에 들어간다.
변기 막힘이라는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약 50여 명 인력을 투입해 담당 공무원이 매일 현장을 찾아 모니터링을 하고 막힘 현상이 발생하면 최우선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전문가 자문도 받았다. 광운대학교 이장훈 박사와 함께 정화조 조사까지 진행한 결과 일부 화장실에서 시설 차원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인입 T관이 부적정하거나 설치되지 않은 것. 그러나 조사팀은 부패조에 떠있는 물체는 화장지가 아닌 생리대이고, 부상 슬러지도 많은 편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구는 화장실 오물의 정상적인 처리와 악취 제거를 위해 즉각 인입 T관 공사를 추진했다.
인식 개선을 위한 대주민 홍보도 공격적으로 펼쳤다. 8종의 홍보 스티커 1만3000장을 제작해 해당 화장실 곳곳에 부착하고 화장실 앞 가두 캠페인도 벌였다. 청소원 명의의 간절한 안내문으로 휴지통 없는 화장실 정착에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송파소식지 24만부를 통해서도 각 가정에 쓰레기통 없는 화장실을 알렸다.
효과는 예상보다 빨리 나타났다. 가장 극복하기 어려울 것 같은 문제가 가장 빠른 변화를 보였다. 최대 4배까지도 늘어났던 변기 막힘 현상이 불과 3개월 만에 시행 전 대비 1.5배 수준으로 급감한 것. 눈에 띄는 성과는 이 뿐 아니다. 쓰레기양이 줄어듦에 따라 화장실에서 사용되는 쓰레기봉투의 양도 약 40% 감소했다. 구는 연간 약 1000만 원에 달하는 쓰레기봉투 구입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쓰레기통 없는 화장실은 여타 자치단체로도 확산되고 있다. 서울 광진구, 동대문구청 등이 송파구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쓰레기통 없는 화장실 도입을 검토하고 있고 경기도 안양시는 3월부터 시청 화장실의 쓰레기통을 치우기로 했다.
구는 연내 쓰레기통 없는 화장실을 437개 시설 2000여 개 화장실로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민간 개방화장실과 3000㎡이상 건물 196개소도 포함될 예정이다. 또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등과 협력해 행정안전부, 서울시 등에 운영성과를 방문 설명해 국가 위상에 걸맞는 화장실 문화 정착에 선도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박종일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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