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U 정보 열람, 금융위와 힘겨루기
국세청, 뇌물 수사 확대에 곤혹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4대 권력 기관중 하나인 국세청에서 직원들의 비리가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뇌물수수 사건에 이어 이번달엔 윗선에 상납했다는 의혹까지 터졌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금융정보 열람권을 놓고 금융위와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에서 직원들의 비리가 잇따라 터지자 국세청은 매우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18일 국세청과 경찰청에 따르면 경철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최근 서울지방국세청의 직원이 2010년 말께 세무조사 중이던 한 사교육 업체로부터 2억원 가량을 받아 이 가운데 수천원만을 당시 국장과 과장에게 상납했다는 진술과 물증을 확보해 조사중이다.
앞서 지난 1월 경찰은 기업체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또 다른 서울청 조사국 직원 6~7명을 조사한 바 있다. 이들은 2010년 세무조사 당시 조사 대상 기업 두 곳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세무조사'라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터라 국세청 직원들의 비리는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온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번 비리가 그 여느때보다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와 FIU의 금융정보 열람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터라 자칫 이번 비리가 국세청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무조사를 하는 기관인 데다 직원의 수가 2만명에 이르다 보니 가끔 직원들의 비리가 터진다"며 "다만 현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 어느때보다 더 아프게 다가오는 것 같다"며 현 심정을 전했다.
현재 국세청은 FIU의 금융 정보를 통째로 들여다보기를, 반면 금융위는 이를 방어하려는 입장이다. FIU에는 일정 금액 이상의 계좌 이체, 현금 거래 가운데 범죄와 자금세탁 등의 혐의가 의심되는 거래 내역이 은행 등 금융회사를 통해 보고된다. 이 중 국세청이 세무조사 등에 활용할 수 있는 FIU 자료는 2~3%에 그칠 정도로 극소수다.
국세청은 FIU에 보고된 모든 거래정보를 활용해 세무조사에 나서면 연간 최소 4조원, 최대 10조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와 세수 확보, 조세정의 실현을 위해 FIU 정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국세청의 입장이다.
반면 FIU를 산하에 둔 금융위는 국세청이 FIU의 정보를 통째로 가져갈 경우, 과도한 정보 집중과 금융실명제 훼손에 따른 사생활 침해, 다른 목적(?)으로의 유용 가능성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세청과 금융위 모두 너나 할것 없이 서로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차기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줄을 대는 등 국세청-금융위 간 힘겨루기가 심화되고 있다.
이날 오후엔 국회에서 'FIU 금융정보 활용 범위의 바람직한 확대방안'을 주제로 공청회가 열리는 등 이번주부터 FIU 금융정보 활용 범위를 놓고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다. 국세청의 연이은 비리가 앞으로의 논의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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