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오주연 기자]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둘러싸고 프랜차이즈 빵집과 동네빵집간 싸움이 극한으로 치닫자 동반성장위원회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지난 5일 적합업종 결과를 발표한지 9일만이다. 빵집 문제가 업계간 충돌을 넘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유장희 동반위원장은 14일 본지와 통화에서 "지금 (빵집) 사태가 너무 과열되어 있다"며 "며칠간 고민한 끝에 공식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고 말했다. 동반위는 이날 여의도 한 식당에서 간담회를 열어 빵집간 싸움에 대한 동반위의 공식입장을 표명하고 자제를 요청했다. 유 위원장은 "(양측이)너무 한편으로만 생각하다 보니 생각이 생각을 낳고 결국 사태가 확전되고 있다"며 "동반위 적합업종 선정에 대한 오해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동반위는 지난해부터 끌어온 서비스 중소기업 적합업종 문제에 대해 제빵업과 외식업을 포함하는 것으로 매듭지었지만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프랜차이즈 빵집과 동네 빵집간 폭로전과 소송이 줄을 잇는 등 사태가 과열되고 있다는 것이 동반위의 판단이다.
과열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대한제과협회는 지난 13일 SPC그룹의 파리크라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고, 파리크라상이 운영하는 제빵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파리바게뜨가 가맹점주를 동원해 제과협회를 압박했다는 증거자료를 공개했다.
협회 측은 "파리바게뜨가 가맹사업자들을 동원해 동반성장위원회 등에서의 시위, 제과협회에 대한 민사소송 제기, 협회장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등의 활동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파리크라상의 '방해행위'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가맹사업자들과 다른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가한 행위라는 설명이다. 김서중 제과협회장은 "파리크라상이 가맹점주들을 동원해 제빵업의 적합업종 선정을 막기 위한 방해공작을 펼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SPC그룹은 제과협회가 제시한 문자와 메일 등이 조작ㆍ과장됐다고 반박했다. 제과협회가 파리바게뜨가 가맹사업자들을 동원해 동반성장위원회 등에서의 시위, 제과협회에 대한 민사소송의 제기 등을 펼쳤다는 주장은 생존권에 위협을 느낀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자발적으로 진행한 것이며 제과협회에 대한 소송을 비롯한 일련의 활동들도 모두 자발적인 행동이라는 설명이다. 가맹점주들을 동원해 회유작업을 펼쳤다는 제과협회의 주장은 "근거없는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휴대폰 문자도 수신자와 발신자를 공개하지 않았고 행사 내용도 문자와 다른 것을 볼 때 문자 출처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면서 "제과협회가 원하는 대로 제과점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는데도 소모적인 논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기적합 업종 선정 이후 본업무에 총력을 기울여야할 시점이기에 더 이상의 소모전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대한제과협회 의도대로 제과점업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지정됐음에도 계속해서 갈등을 조장하고 있어 제과업 전체 이익과 대치된다는 설명이다.
동반위의 권고안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이날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에 따른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하고 동반위의 권고안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법적 대응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명훈 프랜차이즈협회 상임부회장 위원장은 "일부 이익단체의 일방적이고 편향된 주장을 받아들여 동반위가 음식점과 제과업에 대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 법률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동반위의 이번 발표가 과열된 싸움을 진정시키고 적합업종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단 제과업계 일각에서는 "이미 적합업종 선정을 마친 상황에서 동반위가 또 입장을 발표하는 것이 사태 진화에 큰 도움을 주기는 힘들다"며 회의적인 관측도 나온다.
이지은 기자 leezn@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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