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며칠 전 프랜차이즈 기업인 A씨와 커피 한 잔을 마셨다. 2년 만의 만남이었다. 그는 유명한 프랜차이즈 사업가다.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고깃집 브랜드를 운영해오며 10년 넘게 시장에서 살아남는 뛰어난 경영능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2년 만에 만난 그의 모습은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성공신화를 이끈 주력 브랜드는 그동안 가맹점수가 5분의 1로 대폭 줄었고 야심차게 선보였던 제2 브랜드도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채 매각됐다. 그는 화려한 재기를 꿈꾸고 있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프랜차이즈 시장에서는 하루에도 수많은 브랜드와 가맹점들이 생사를 반복한다. 그만큼 프랜차이즈 기업을 성공적으로 키워내는 일이 어렵다는 의미다. 특히 대기업 계열이 아닌 일반 프랜차이즈가 하나의 점포에서 시작해 중소기업,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일은 더욱 힘들다.
놀부NBG는 놀부보쌈과 부대찌개로 유명한 중견 외식업체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김순진씨는 1987년 서울 신림동 뒷골목에 16.5㎡짜리 허름한 실내포장마차를 창업했다. 그의 나이 30대 중반이었다. 외식업의 문턱은 매우 높았다. 가게 문을 열어 놓았지만 손님이 없어 월세도 내지 못할 만큼 생활은 매우 어려웠다.
김씨는 포기하지 않고 잠을 줄이면서 밤낮으로 쉴틈 없이 일을 했다. 몸이 부셔질 정도로 일한 대가는 정직했다. 조그만 골목집을 전국 700여개의 가맹점을 운영하는 국내 굴지의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키워낸 것이다.
김순진 놀부NBG 전 회장처럼 자수성가한 기업인 가운데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있다. 지난달 탤런트 소유진씨와 결혼해서 더욱 유명해진 사업가다. 백 대표는 1993년 원조쌈밥집을 창업한 후 본가, 한신포차, 새마을식당 등 10여개의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연 매출 700억원 규모의 외식기업을 일궈냈다.
백 대표도 창업초기에는 수많은 실패와 고생을 겪었다. 음식이 맛이 없다는 이유로 손님에게 뺨을 맞은 적도 있었다. 현재 그가 프랜차이즈 시장의 성공신화로 평가를 받기까지에는 수많은 땀과 눈물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들처럼 일반 프랜차이즈 기업인의 대다수는 자수성가형이다. 재벌그룹처럼 부의 세습을 통해 기업의 경영자가 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영세한 자영업자로 시작해 스스로의 노력으로 가게를 기업으로 키워냈다는 점에서 재벌그룹 계열의 프랜차이즈와는 태생부터 다르다.
최근 동반성장위원회가 프랜차이즈 기업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5일 서비스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하면서 외식업종에 놀부NBG와 더본코리아 같은 자수성가형 프랜차이즈 기업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동반위가 신규점포나 신규 브랜드에 대해 확장자제ㆍ진입자제를 권고한 것은 결국 지속영위 사업을 하지 못하게 하는 꼴이다. 동반위는 경제민주화라는 전제 하에 재벌그룹과 자수성가형 프랜차이즈를 구분 못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김대섭 기자 joas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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