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나로호 이후, 한국형발사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나로호는 10년 동안의 우여곡절 끝에 성공했다. 나로호는 사공이 많았다. 교육과학기술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여기에 러시아의 잦은 입김과 정치권의 간섭까지. 우주개발을 위한 독립청이나 위원회가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프로젝트였다. 기술력이 없다보니 선택한 '한국형 우주개발' 시나리오였다.
나로호의 성공으로 우주기술 개발의 중요한 네 가지 인프라 중 두 가지는 갖췄다. 우주개발을 위해서는 ▲기술 인력 ▲발사 ▲시험시설 ▲산업체 인프라가 중요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승조 원장은 "나로호 성공으로 우리나라 우주개발에서 기술 인력과 발사 인프라는 확립됐다"고 지적한 뒤 "한국형발사체 사업을 위해서는 나머지 시험시설과 산업체 인프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두 가지가 따라준다면 오는 2016년까지 한국형발사체에서 가장 중요한 75t 엔진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정부조직 개편으로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가 만들어지면서 우주개발 전담부서가 어떻게 구축될 것인지도 관심이다. 현 교육과학기술부내에서는 전략기술개발관이 담당했고 아래에 ▲우주기술과 ▲원자력기술과 ▲원자력우주협력과가 있었다. 미래부 내에서는 우주국이 신설될 것으로 보인다. 우주국을 만들고 산하에 우주정책과와 우주기술과를 둬 정책과 기술을 병행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나로호 성공으로 우주개발과 관련된 우주청이나 혹은 독립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시기상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우주청을 만드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맞는 이야기인데 지금 현재 우리나라는 우주청을 만들만큼 인력과 조직이 성숙돼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전문 인력은 물론 우주와 관련된 산업체 인프라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우주청을 만든들 지금 상황에서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형발사체의 성공 조건 중에서 산업체 인프라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형발사체는 3세트가 만들어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75t 엔진이 60~70개 정도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진을 만들기 위해서는 산업체 인프라가 절대 필요하다.
정밀하고 섬세한 로드맵도 필요하다. 벌써부터 오는 2021년으로 예정돼 있던 한국형발사체사업을 3년 앞당겨 2018년에 쏘아 올리겠다고 청와대가 나섰다. 개발 일정이 앞당겨지고 무리한 사업 진행이 이뤄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정치적 입김에 따라 로드맵이 당겨졌다 늦춰졌다 할 것이 아니라 정확하고 면밀한 시나리오로 이런 정치적 입김으로부터 중립적일 필요가 있다.
우주기술은 한 단계, 한 단계 차분히 올라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치적 일정에 따라 이 단계가 허물어진다면 부실공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국형발사체 사업 또한 나로호의 우여곡절을 겪지 않으란 법은 없다. 과학은 객관적이고 단계를 밟아가는 분야이다. 한국형발사체 성공은 이런 기본을 지키면서 하나하나씩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 나갈 때 성공의 방점을 찍게 될 것이다.
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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