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지난 시즌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프로야구 사상 초유이자 어떤 구단도 깨기 힘든 기록. 그래도 고민은 있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전력이 약해지고 있다. 지난해 가장 큰 골칫거리는 선발투수진의 끊임없는 부상. 시즌 내내 로테이션을 지킨 건 윤희상 단 한 명이다. 또 한 번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해 SK는 외국인선수 2명을 모두 왼손 선발투수로 채웠다. 선수단이 지난 6년간 승승장구를 이어간 건 김광현, 전병두, 정우람, 박희수 등 왼손 투수들의 선전 덕이 컸다. 하지만 유독 외국인 왼손투수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번에 데려온 크리스 세든과 조조 레이예스는 어떠할까.
크리스 세든
세든은 2011년까지 특색 없는 투수였다. 2007년과 2010년 각각 플로리다와 시애틀에서 메이저리그를 밟았지만 소화한 이닝은 총 39.2이닝에 그쳤다. 원인은 크게 세 가지. 우선 직구 평균구속이 약 140km로 빅 리그 투수치고 빠르지 않았다. 제구도 불안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 당 볼넷 수는 3.41개. 피홈런 역시 9이닝 당 0.97개로 다소 많았다.
SK는 지난 시즌 세든의 변화에 주목한 듯 보인다. 직구 평균구속은 3km가량 빨라졌다. 고질병이던 볼넷도 크게 줄었다. 세든은 클리블랜드 산하 트리플A 콜럼버스에서 123이닝을 던지며 볼넷을 27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9이닝 당 1.98개. 반면 삼진은 108개로 늘었다. 삼진/볼넷 비율은 커리어 하이인 4.0이었다.
7월 이후 극심한 침체에 빠진 클리블랜드는 세든을 빅 리그로 불러들였다. 활약은 나쁘지 않았다. 34.1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67을 남겼다. 그러나 12월 1일 방출을 통보받았고, 사실을 접한 SK는 5일 만에 영입을 매듭졌다.
세든은 사실 장점이 많은 투수다. 공을 던질 때 팔을 최대한 감춘다. 타점도 높다. 193cm의 큰 키를 최대한 활용하는 전형적인 오버핸드다. 그 덕에 지난 시즌 트리플A 왼손타자 피안타율은 1할9푼4리에 불과했다. 피OPS도 0.512였다.
변화는 하나 더 발견된다. 세든은 이전까지 포심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 세 가지 구종을 던졌다. 지난해 무기는 두 개 더 생겼다. 투심패스트볼과 싱커를 부지런히 연마했다. 발전은 눈여겨볼만 하다. 2010년 131.5km에 그쳤던 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45.2km로 빨라졌다. 싱커도 구사비율은 5%로 낮았지만 슬라이더와 유사한 궤적으로 구사되면 타자들에게 혼란을 안겼다.
그럼에도 클리블랜드가 세든을 포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글쓴이는 오른손타자에 대한 약점 때문이라 생각한다. 지난해 피안타율과 피OPS는 각각 2할6푼1리와 0.792였다.
프로야구에서 문제로 불거질 여지는 적어 보인다. 최근 한국을 찾은 외국인 왼손투수들은 대부분 성공적으로 리그에 정착했다. 벤 헤켄(넥센), 쉐인 유먼(롯데), 벤자민 주키치(LG) 등이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공을 던지는 팔을 잘 숨겨 타자들의 타이밍 포착을 힘들게 한다. 큰 키에서 비롯된 높은 타점도 잘 활용한다.
이 가운데 가장 빠른 직구 평균구속(142.6km)을 자랑한 유먼은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Wins Above Replacement)가 5.37이나 됐다. 주키치(직구 평균구속 138.3km)와 헤켄(직구 평균구속 137.7km)도 각각 3.85와 3.40의 WAR을 보였다. 세든의 지난 시즌 직구 평균구속은 144.9km. 그대로 적용시키기엔 무리가 따르는 수치다. 주로 선발보다 구원투수로 경기에 나선 까닭이다. 그래도 선발 등판에서의 직구 평균구속은 약 141km나 됐다.
무엇보다 세든은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을 만큼의 건강한 몸을 갖췄다. 그는 마이너리그에서 12시즌을 뛰며 연 평균 126.8이닝을 소화했다. 이 가운데 부상자명단에 이름을 올린 건 왼 발목 통증을 느낀 2009년 한 차례뿐이었다. 그에게서 유먼, 헤켄 이상의 활약이 기대되는 주된 이유다.
♧조조 레이예스 편이 오후 이어집니다.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