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보수,진보 정권따라 대북(對北)정책 및 통일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정책양극화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회가 공론화의 장(場)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8일 국회 입법조사처의 '이슈와 논점'은 최근호에서 지속가능한 대북 및 통일정책을 위한 국회의 역할이라는 보고서에서 이 같이 제안했다.
보고서는 대북 및 통일정책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주요인에 대해 "국민적 합의의 부재에 있는 것이 아니고, 정책을 공론화할 수 있는 제도와 절차 및 과정을 마련하고 실천하는데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전임정부 시기에 비해 갈등과 양극화가 심화된 것은 북한과 통일을 보는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지역적 ㆍ이념적으로 소수에 기반을 둔 정부가 전임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새 정책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생략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갈등과 양극화의 쟁점이 되는 부분으로 ▲대북한 인식 ▲북한지원 방식 ▲북한의 변화 여부와 체제 내구력 정도 ▲북한의 인권과 북한주민에 대한 인식 ▲북한을 다루는 방식 ▲북한 핵에 대한 평가 등을 꼽고 각 부분에서 보수와 진보간에 인식이 큰 차이를 보였다고 파악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첨예한 정책 쟁점들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이념적 집단정체성 강화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좀처럼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또한 대선에서 국민의 압도적지지를 받아 집권하지 않는 이상 정부가 정책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진영 간에 정책 쟁점들을 놓고 벌어지는 대립과 갈등을 여과시키고 조정하는 공론의 장이 마련되지 않으면 그 어떤 정부도 정책 양극화의 멍에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고 정책의 주도권 장악은 물론 지속가능한 정책 추진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국회가 공론의 장으로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대선 후보가 선거 과정에서 자신의 대북정책 구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유보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기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국민들에게 대통령 후보로서의 통일, 외교안보에 관한 자신의 철학과 비전은 천명해야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방향과 내용 및 실천 방안은 집권 이후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회 산하에 남북관계와 통일문제를 전담하는 상설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보고서는 "대북 및 통일정책은 집권세력이 독점할 사안이 아니라 여야와 진보와 보수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다루어야 하는 일종의 공동지배영역으로서 다른 어떤 정책 분야보다도 공론화과정이 필요하다"면서 "대북정책을 둘러싼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대북 및 통일정책을 위해서 그 어느 때보다 국회의 역할이 절실하고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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