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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독일의 이민정책 실패, 한국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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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독일의 이민정책 실패, 한국은 다를까 김환학 IOM이민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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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사민당의 재정정책 전문가 틸로 사라친이 쓴 책 '독일은 망한다'는 제목부터 센세이셔널하다. 2008년 금융위기와 유로존의 경제난 속에서 오히려 막강한 경제력과 국가역량을 과시하고 있는 독일의 위세를 거스른다. 그는 여기서 독일의 망조(亡兆)로 낮은 출생률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와 하층민의 증가, 이주민들로 인한 사회적 이질성을 든다. 물론 우리 사회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현상의 결과 사회가 위축되고 고령화, 무기력, 정체성 상실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제목에서 풍기는 인상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단순히 포퓰리즘이라 치부할 수는 없다. 예컨대 실질적 빈곤이 단지 소득하고만 결부된 것이 아니라 도덕적이고도 정신적인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재분배정책만으로는 풀리지 않는다는 주장은 심도 있는 통계분석에 근거를 둔다.


책의 내용 중에 특히 독일에 거주하는 무슬림에 관한 부분이 격한 파문과 논쟁을 일으켰다.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가 책이 좋아서만은 아니라고 사라친도 인정하는데, 사람들이 감히 입 밖에 내기는커녕 생각조차 엄두를 못 낼 일을 드러냄으로써 주목을 받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터키 출신 이주민의 선천적 장애 비율이 유독 높은데, 다들 침묵하지만 오랜 근친상간의 풍습이 그 원인이다. 그렇다면 터키계 학생이 독일의 학교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유전적 요인 때문이 아닌가 한다"는 대목은 위험수위를 넘었다. 이어서 터키 출신 외국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독일어를 배워야 하고, 국가의 복지혜택이 아니라 노동으로써 생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며, 자녀들에 대한 교육열이 있어야 되겠고, 점차 독일인이 되려고 노력해야지 계속 터키인이라 고집한다면 고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연방대통령인 요아힘 가우크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 사라친을 평한 바가 있다. 지금까지 독일에서 덮어두었던 중요한 정치적 문제를 지적한 용기를 높이 사면서도, 다른 한편 이것을 생물학적 혈통의 문제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하층민 전반의 사회통합이라는 차원에서 풀어가야 한다고 비판하였다. 대통령으로 지명될 당시 여론조사에서 70%의 지지를 받았고 여러 정파로부터 인정을 받는 인물이므로 그의 견해가 독일에서 대체적으로 수긍이 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정당들의 반응을 보면, 극우파 외에는 대체적으로 정치색을 불문하고 공식적으로는 비판적 입장을 취한다. 이주민 출신이 대거 포진한 녹색당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이 책이 출간된 것이 2010년 여름이고 그해 가을 연방수상이 이주자에 대한 지나친 관용 때문에 다문화 정책이 실패했다고 한 것을 보면, 입장과 표현의 차이는 있어도 이민통합정책에 대한 인식의 궤를 같이한다고 볼 것이다.


그런데 터키인들이 독일에 들어와 이민통합이라는 사회적 문제의 중심에 서게 된 계기는 전후재건을 위해 택한 초청노동자(Gastarbeiter)라는 외국인력 도입제도이다. 1960년대와 70년대에 걸쳐 우리의 형님, 누나, 이모, 삼촌들이 서독에 광부와 간호(보조)원으로 파견되던 바로 그 시절이다. 이 책을 소개한 이유도 지금 우리나라의 외국인 현황과 추세가 그 시절의 서독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월보에 따르면 2012년 12월 현재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 140만명을 넘어섰고 계속 증가추세이다. 그 여파는 독일에서 보듯이 실업과 사회보장을 위한 재정부담, 사회구성원의 질과 교육 등 다방면에 걸쳐 수십년 동안 미칠 것이다. 결혼이민자나 노동이주자, 그리고 그 자녀가 장차 우리 사회에 던질 문제를 예측하고 그 해법을 준비하기 위해 독일의 이민정책 실패의 경험을 곱씹어 볼 때다.

김환학 IOM이민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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