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초ㆍ중ㆍ고등학생의 사교육비 총규모가 19조395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1000억원 줄었다고 어제 밝혔다. 3년째 감소세다. 1년 사교육비 총액이 20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도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아이들 학원비를 대느라 허덕이는 '에듀 푸어'가 82만4000가구(인구수 305만명)에 이르는 현실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반색할 내용만은 아니다. 학생 수가 90만명 가까이 감소하고 경기침체로 사교육비를 줄인 점을 감안하면 사교육 열풍이 꺾였다고 보기 어렵다. 초등학교의 사교육비는 줄었지만 사교육 수요의 핵심인 중ㆍ고교의 사교육비는 각각 6조1000억원과 5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9%, 1.7%가 늘어난 게 그 방증이다.
여기에는 입시와 깊은 연관이 있다. 고교 진학 이후 대학 입학 경쟁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 중학교 때부터 특목고 등 좋은 고교에 가려고 사교육에 매달리는 것이다. 사교육비를 줄이려면 공교육의 질을 높여 학교에서만 배워도 충분히 자기가 원하는 고교나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교육 정상화와 대입 제도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사회에서 대접받을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하는 일 또한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고교 졸업자의 80%가량이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 졸업 후에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실업자가 양산되는 구조는 분명 잘못됐다. 바뀌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마이스터고의 성공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해 첫 졸업생 3375명 중 92%인 3111명이 취업에 성공했다고 한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고교 때부터 소질과 적성에 따른 진로교육을 추진하면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학력 인플레이션도 깨뜨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공교육 정상화와 함께 '선(先)취업 후(後)진학 생태계 구축'을 약속했다. 옳은 방향이다. 반드시 돈을 쏟아부어야 좋은 복지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공교육의 질을 높여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주고 학벌 중심 사회 구조를 깨뜨리는 것은 돈 안드는 훌륭한 복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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