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모처럼 온기가 돌고 있는 미국 경제에 난데없이 '거품론'이 일고 있다. 지나친 유동성이 수익을 찾아 몰려든 탓이다.
5일(현지시간) 발표된 부동산 가격 동향은 지나친 상승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부동산 시장조사업체 코어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 전역의 평균 집값은 전월 대비 0.4% 올랐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8.3% 상승한 셈이다. 이는 2006년 5월 이후 6년7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애리조나주 피닉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캘리포니아주 등 주택 경기 하락으로 압류 주택이 쏟아져 나왔던 지역에 투자가 몰리며 주택 가격이 두 자릿수로 상승하고 있다. 피닉스의 경우 지난 1년 사니 26%나 올랐다.
문제는 주택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실수요자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전문 매체 CNBC는 헤지펀드가 주택 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하면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이날 지적했다.
헤지펀드들이 임대료 수입을 목적으로 주택 시장에 뛰어들다 이제는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익을 창출하려 든다는 것이다. CNBC는 주택 매수세가 유지되지 않을 경우 시장이 또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회사채 시장에도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누그러지면 안전자산 선호현상도 누그러지고 이자율이 상승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 결과 12조달러(약 1경3026조원)의 회사채 시장은 몹시 요동칠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신용 투자전략가 한스 미켈슨은 “올해 투자 적격 회사채 시장에서 급격한 금리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미 상승세다. 연초 1.86%에서 조정 받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대로 올라섰다. 미켈슨은 국채 금리가 2.5%를 넘어서면 채권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은행 웰스파고는 고객들에게 채권 투자자산의 5%를 증시로 옮기라고 권할 정도다.
정보기술(IT) 벤처 분야에도 거품이 끼어 있다. 뉴욕타임스는 가치가 10억달러를 넘어서는 IT 기업이 급증하면서 기대와 함께 우려도 낳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벤처캐피털업체 세콰이어캐피털의 짐 괴츠는 “1년 뒤 실리콘밸리에 기업가치가 10억달러를 넘어서는 기업이 100개 이상으로 늘지 모른다”고 예상했다.
뉴욕타임스는 사모펀드로 자금 조달이 쉬워진데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IT 기업들의 가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상장 전인 트위터는 임직원 지분 현금화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90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IT 기업들은 과거 IT 버블 당시와 달리 우량 고객을 확보하고 있어 안정적인 자금흐름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페이스북, 그루폰의 주가 폭락은 IT 버블이 언제든 다시 터질 수 있다는 경고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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