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30일 오후 4시9분 나로과학위성이 본 궤도에 올랐다는 방송이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울려 퍼지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200여명의 연구원들은 '슬픔의 눈물'이 아닌 '감격의 눈물'을 맘껏 흘렸다. 그들에게는 지난 2002년부터 눈물이 많은 날들이었다. 나로호가 실패할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 3차 마지막 도전에서도 두 차례에 걸쳐 연기됐고 그때마다 스트레스는 커져만 갔다.
나로호 발사 성공은 무엇보다 이들 연구원들의 노력과 땀의 산물이다. 특히 조광래 나로호발사체추진단장과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 그리고 박정주 발사체추진기관실장은 '야전 사령관'으로 역할이 컸다. 민 센터장은 불모지 한국 땅에서 나로우주센터에 발사대를 만들고 하나하나 기본적 구조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실패할 때마다 다음을 기약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개발뿐만 아니라 나로우주센터를 찾아오는 많은 관람객들에게도 굳은 의지를 보여줬다.
박 실장은 2002년 나로호 개발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물 중 한명이다. 나로호가 실패할 때마다 언론에 직접 나와 그 배경과 원인을 설명해 준 것도 그의 몫이었다. 박 실장은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우주역사를 함께 했는데 우주 개발에 있어 10년은 무척 짧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그는 강조했다.
조광래 단장은 그야말로 '조용한' 실무 책임자이다. 여러 가지 복잡하고 '울컥'하는 상황에서도 언제나 부드러운 태도로 언론 취재에 응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맡고 있는 부분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3차 발사에서 두 차례나 연기되면서 그는 보기에 안타까울 정도로 몸무게가 많이 빠졌다.
30일 오후 5시에 이주호 장관과 함께 공식 성공 발표 브리핑에서 조 단장은 "너무 늦게 성공해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그에게는 성공했다는 기쁨보다는 그동안 너무 많이 실패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먼저 묻어났던 것이다. 조 단장은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다"며 "2009년 첫 발사에 성공했으면 국민들의 관심이 식지 않은 가운데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 노경원 전략기술개발관(국장)도 이번 나로호 성공에 적잖게 기여했다. 3차 발사 두 번째 실패 이후 올라오는 비행기 안에서 "또 연기돼서 마음이 아프겠다"라고 묻는 기자에게 그는 초췌한 표정으로 "우주 개발은 정말 한 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며 "실패를 거쳐 반드시 성공할 것이고 그 과정에 우리가 서 있는 것"이라고 조용하지만 단호히 말했다.
나로호 발사가 성공한 데에는 이처럼 '실패는 뼈아프지만 그 아픔이 성공으로 가는 한 과정'이라는 것을 믿었던 이들이 있었다. 그 외에 교육과학기술부 이주호 장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승조 원장 등도 이번 나로호 성공으로 주목받게 됐다.
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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