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국무총리 후보를 잃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부처별 장관 후보자를 5배수 내외로 압축해 검증하기 시작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31일 "인사청문회 일정을 고려해 총리 후보자 물색과 장관 검증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 정부의 장관 후보군엔 수도권과 호남, 충청권 인사들이 여럿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인이 말한 '100% 대한민국'을 위해 출신지를 고려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 상당수도 초기 내각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경제 1분과 간사인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 경제 2분과 간사인 이현재 의원 등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인수위와 관가에선 "도덕성 문제로 하차한 김용준 총리 후보자 전례나 촉박한 일정을 고려하면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는 '튀지 않는 인사들'이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정부조직법이 처리되지 않았지만, 당선인이 각별히 챙기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로는 삼성그룹 CEO 출신들이 물망에 올랐다.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낙마로 당선인은 시간에 쫓기고 있다. 취임식이 열릴 2월 25일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25일. 당선인은 그동안 총리를 지명해 국회의 동의를 얻고,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한 뒤 부처별 장관을 인선해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길게는 20일까지 늘어지는 총리·장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기간을 고려하면, 늦어도 다음 주 초(2월 3일 전후)까지 조각 작업을 끝내야 한다. 총리와 상의해 장관 후보를 정하려던 당선인의 계획은 실현하기 어렵게 됐다.
당선인 측은 하루 전 5배수로 압축한 후보들에게 검증동의서를 받았다. 1차 검증을 거친 뒤 2배수 내외로 추린 최종 명단을 새 총리 후보자와 교차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
속도를 내곤 있지만 당선인이 시간표대로 조각을 마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해양수산부의 입지를 둘러싼 지역간 알력, 외교통상부의 통상 업무 이관 여부를 다투는 목소리, 미래창조과학부의 비대화에 반대하는 여론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성 확보를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당선인의 정부조직개편안이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보다 9일이나 늦게 제출된 것도 일정을 늦추는 요인이다. 당시엔 통일부와 여성부 폐지 쟁점이 있기는 했지만,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에 꼬박 한 달이 걸렸다. 야당의 협조가 없다면 새 정부 출범 뒤 전 정권 장관들과 국무회의를 열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인수위와 관가에선 다만 "야당과 불협화음만 없다면 물리적인 시간은 빠듯하게나마 맞출 수 있다"면서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는 2월 4일 오후 2시에열린다. 국회는 이어 전문가 공청회를 거친 뒤 7일 전후로 상임위를 열어 개정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무위원과 청와대 등의 인선 일정을 고려하면 설 연휴 직후인 2월 13일 쯤에는 본회의에서 개편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