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전격 사퇴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정치적으로 커다란 흠결과 부담을 떠안게 됐다.
무엇보다 윤창중 대변인 임명 잡음으로 시작된 '깜깜이 인사' 논란이 결국 국가적으로 중대한 정치적ㆍ절차적 하자를 만들어내는 결과로까지 이어져 이명박 정부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는 혹평을 물리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 현 정부의 최대 실책으로 '인사문제'를 꼽은 바 있다.
이른바 '강부자' '고소영' 인사, 회전문 인사, 정실ㆍ밀실인사 등의 논란이 정권 내내 이어진 걸 꼬집은 말이었다.
따라서 박 당선인이 대통령이 되면 적어도 인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누구보다 무난한 모습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더구나 그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주요 공직에 대한 대탕평 인사 내지는 대통합 인사를 강조하면서 약속대로 매끄럽고도 합리적인 인사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컸다.
그런데 지금, 본인이 그토록 강조하고 공개적으로 자신했던 인사문제로 취임도 하기 전에 엄청난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인수위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당선인이 베일에 싸인 극소수 측근들을 통해 사실상 비선으로 은밀하게 진행하는 인사 및 검증 방식을 벗어던지고 언론이나 권력기관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열린 방식을 하루라도 빨리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터져나오고 있다.
자신의 단점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극적으로 확인한만큼 오히려 향후 국정운영과 관련해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이 될 것이란, '역발상'에 가까운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박 당선인은 총리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국회의 청문 절차를 마쳐야 하는 규정에 따라 이번 주중에 조각 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모든 일정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고, 새로운 인선때는 보다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달 25일 취임식 이전까지 내각 구성이 완료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해졌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터져도 너무 크게 일이 터져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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