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들불처럼 번지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부채위기가 차츰 진화되는 조짐을 보이자 급속히 빠져나가던 민간부문 투자가 다시 유럽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민간자본 흐름이 유출에서 유입으로 반전되면서 유로존 주변부 재정위기국에 1000억유로에 가까운 투자가 들어왔다고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네덜란드 은행·보험그룹 ING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유로존 주변부국가에 유입된 민간투자는 총 930억유로였다. 이는 스페인·이탈리아·포르투갈·아일랜드·그리스 5개국 국내총생산(GDP) 총합의 9%에 상당한다.
이는 지난해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 수호 의지를 천명하면서 역내 은행들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유로존 국채 무제한 매입(OMT)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을 가라앉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유럽연합(EU)과 각국 관계자들로부터 “최악은 넘겼다”는 언급이 나오고 유로화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외환선물시장에서 유로화의 롱포지션(상승 베팅)은 2011년 여름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또 유로존 자산에 대한 시장의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지난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조달금리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고 유로존 회사채·은행채도 올해 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유로존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우려됐던 지난해 초반부터 유출된 자본 규모에 비하면 아직은 크게 부족한 수준이다. 2011년 한해에만 3000억유로, 2012년 1~8월까지 4060억유로가 빠져나갔다. ING의 마르틴 판 플리엣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8개월간의 자본유출 흐름은 그야말로 공포에 가까웠다”면서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민간자본의 흐름이 확실한 유입세로 반전된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 JP모건의 칼 노레이 유럽금리선물거래 책임자는 “이같은 회복세는 단지 유럽 역내 은행권 신용경색이 개선된 것을 넘어 유로존 전체에 대한 시장의 낙관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면서 “주문들이 쏟아지고 있으며 이는 두 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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